국내 정유업계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유 시장 선점에 나섰다. 제품 개발을 넘어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에서 실증에 나서는 등 상용화 준비에도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주요 정유 4사 모두 AI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유 실증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효율적으로 식히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자 액침냉각유 사업화에도 경쟁이 붙는 모습이다.
실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약 3억6137만달러였던 세계 액침냉각유 시장 규모는 올해 4억4799만달러, 2034년에는 24억9888만달러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올해부터 2034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약 2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액침냉각은 서버나 배터리 등 열이 많이 발생하는 장비를 냉각유에 담가 열을 식히는 방식이다. 공기로 열을 식히는 기존 방식보다 냉각 효율이 높고 전력 사용량을 줄일 수 있어 공간과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정유업계는 그동안 기유와 윤활유 사업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액침냉각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에서 가장 먼저 액침냉각 사업에 뛰어든 SK이노베이션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는 LG전자·미국 액침냉각 업체 GRC 등과 손잡았다. 세 회사는 LG전자의 냉각수분배장치(CDU)와 칠러, SK엔무브의 액침냉각 플루이드, GRC의 액침냉각 탱크를 결합해 데이터센터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액침냉각 통합 솔루션을 실증하고 있다. 이번 실증은 경기 평택 칠러사업장 내 AI 데이터센터 테스트베드에서 이뤄지고 있다.
GS그룹 차원에서 데이터센터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GS칼텍스는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을 담당할 계획이다. GS건설·SDT와 업무협약을 맺고 액침냉각형 데이터센터 설계와 냉각장비를 연계한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LG유플러스 경기 평촌2센터 내 실증 데모룸에도 액침냉각유를 공급하고 있다.
S-OIL은 최근 국산 서버 개발 전문 기업 KTNF, 액침냉각 장비 전문기업 글로벌스탠다드테크놀로지(GST)와 함께 AI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 기술 실증·협력 강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S-OIL은 액침냉각유 'S-OIL e-쿨링 솔루션'을 공급하고 성능 분석과 기술 자문을 맡게 된다. S-OIL e-쿨링 솔루션은 S-OIL이 2024년 개발한 액침냉각유로 고발열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열관리 솔루션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액침냉각 전용 제품 '엑스티어 E-쿨링 플루이드'를 네이버클라우드에 공급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와 한국세라믹기술원 등에서는 실증을 진행하며 기술력과 안정성 등을 검증해 나가고 있다.
데이터센터 냉각 기능은 설비 전체의 안정성과 운영 효율에 직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 기업이 실증을 통해 성과를 내고 선제적으로 고객사 신뢰를 확보하려는 이유다. 데이터센터와 ESS(에너지저장장치), 전기차 등 맞춤형 액침냉각유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액침냉각은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신사업"이라며 "다양한 환경과 시스템에서의 실증을 통해 제품 안정성과 호환성을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