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기 뜨거울수록… '슈퍼섬유' 뜬다

박한나 기자
2026.09.21 03:51

[R&D인사이드] 도레이첨단소재 '메타아라미드'
내열성·난연성·절연성 갖춘 메타아라미드 페이퍼
데이터센터용 변압·발전기·모터소재로 수요 급증
연산능력 5400톤 달해… 북미지역 등 고객사 늘어

도레이첨단소재 메타아라미드 사업/그래픽=최헌정

"북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향으로 메타아라미드 페이퍼 원료인 플록과 피브리드의 고객사 인증을 현재 10곳 이상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서울 마곡동 한국도레이R&D센터에서 만난 이광교 도레이첨단소재 특수산업소재본부장(사진)은 이같이 밝혔다. 내열성·난연성·절연성을 갖춘 '슈퍼섬유' 아라미드의 장점을 극대화한 도레이첨단소재의 메타아라미드가 '페이퍼 소재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았다는 설명이었다.

실제 도레이첨단소재는 메타아라미드를 기반으로 플록과 피브리드를 생산해 페이퍼 제조사에 공급하는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플록과 피브리드는 페이퍼의 내열성과 절연성능을 90% 이상 좌우하는 핵심소재다. 이를 원료로 만드는 메타아라미드 페이퍼는 AI데이터센터용 변압기와 발전기, 모터 내부에서 전기가 새거나 합선되는 것을 막는 고내열 절연소재로 활약한다. 220도 고온에서도 6만시간 이상 견딜 수 있다.

AI데이터센터 확대로 변압기 등 전력기기의 고출력·고용량화가 빨라지면서 페이퍼와 이를 만드는 원료수요도 함께 증가한다. 과거에는 코일 절연재로 일반 종이 등이 주로 사용됐지만 더 높은 내열성과 절연성능이 요구되면서 메타아라미드 페이퍼로 대체되는 추세다.

이 본부장은 "현재 피브리드 생산능력은 연간 400톤 수준"이라며 "플록과 피브리드가 절반씩 투입되는 점을 고려하면 연간 공급 가능한 페이퍼 원료는 약 800톤"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늘어나는 수요를 고려하면 2030년 이전에 추가적으로 증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도레이첨단소재는 지난 6월 구미공장에 연산 3000톤 규모의 메타아라미드 2호기를 증설했다. 회사의 전체 메타아라미드 생산능력은 기존 연산 2400톤에서 5400톤으로 늘었다. 메타아라미드는 페이퍼 외에도 각종 전기 절연재, 내열복, 소방복, 방탄복, 보강재, 산업용 필터 부직포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인다.

이 본부장은 "페이퍼 소재사업은 캐시카우로 자리 잡을 중요한 사업군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메타아라미드는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사업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여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도레이첨단소재의 경쟁력은 메타아라미드를 만드는 '건식방사' 기술에서 출발한다. 액체상태의 고분자 용액을 짧은 시간 안에 균일한 고체섬유로 만들어야 하는 만큼 기술적 난도가 높다. 방사 용액의 공급량과 속도, 온도, 용매증발 조건 등 여러 변수를 동시에 정밀하게 제어해야 모든 실에 동일한 물리·열·화학적 특성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건식으로 메타아라미드를 상업생산하는 기업은 전세계에서 듀폰과 도레이첨단소재 2곳뿐이다.

건식방사 기술은 처음부터 독자개발로 시작했다. 도레이첨단소재는 2009년 아라미드 기술이 전무한 상황에서 단 4명으로 태스크포스를 꾸려 개발에 나섰고 1년여 만에 연산 500톤 규모의 파일럿 설비를 구축했다. 설비와 공정조건을 반복해서 바꾼 끝에 2011년 2월 목표 수준의 고분자 중합에 성공해 양산에 나설 수 있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기술개발의 무대는 AI데이터센터로 옮겨간다. 이 본부장은 "현재도 AI데이터센터용 변압기 등에서 요구하는 박막화와 방열·절연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원료 자체의 물성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아라미드 섬유기업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최고를 목표로 기술력을 높여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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