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테슬라는 질주하는데 발 묶인 현대차

머니투데이
2026.08.24 04:05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중고차 시장 전체 시세가 하락세로 돌아선 가운데 테슬라를 필두로 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종의 중고차 가격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테슬라는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인 FSD 도입에 대한 기대감이 시세를 견인하고 있다. 사진은 17일 서울 시내 테슬라 매장 모습. 엔카닷컴에 따르면 2023년식·주행거리 6만km·무사고 기준 대표 37개 모델의 8월 평균 중고차 시세는 전월 대비 1.43% 하락했다. 반면 테슬라 모델3 롱레인지 AWD와 모델Y 롱레인지 AWD는 각각 3.32%, 3.05% 상승했다. 2026.08.17. xconfind@newsis.com /사진=조성우

테슬라의 국내 판매가 올해 처음 연 10만 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 1~7월에 이미 6만 6376대가 팔렸다. 주력 모델Y는 같은 기간 5만 2064대가 팔려 기아 쏘렌토에 이어 전체 판매 2위에 올랐고 그랜저마저 제쳤다. '국민 아빠차'의 지위를 위협하며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테슬라의 약점으로 꼽히는 요인도 질주를 막지 못했다. 국내에 수입되는 테슬라의 대부분은 중국산이어서 핵심인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을 쓸 수 없다. 수시로 바뀌는 '고무줄 가격' 논란과 방전 시 탈출을 어렵게 만드는 매립식 전동 손잡이의 안전성 우려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테슬라를 선택하는 이유를 가격이나 보조금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소비자의 판단은 차체와 엔진을 넘어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경험으로 확장된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독자적 충전 인프라, 자율주행으로 나아갈 가능성 등 '테슬라 생태계로 진입하는 경험'을 사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 만족도) 소비인 셈이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차 양산능력과 수직계열화된 부품망을 갖춘 제조 강자라고 해도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 등 AI 전환의 속도에서 밀리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의 고도 운전자보조장치(DCAS) 제도 정비가 진행되면 수입산 자율주행차의 안방 공습이 거세질 수 있다. 반면 현대차·기아의 도심형 상용화는 수년 뒤에나 가능하다.

경쟁은 자동차에 그치지 않는다. 테슬라와 현대차의 대결은 옵티머스와 아틀라스로 대표되는 휴머노이드 경쟁을 넘어 차와 공장, 로봇과 AI가 하나의 데이터로 연결되는 '피지컬 AI'의 주도권 다툼이다. 테슬라가 거대한 연산 인프라를 바탕으로 자율주행과 로봇의 두뇌를 동시에 고도화한다면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공학을 글로벌 제조망과 결합해 속도전에서 승기를 잡아야 한다.

정부는 이 같은 시장의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안전기준과 사고 책임, 보험·데이터 활용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자율주행 실증특례를 넓히는 등 국내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검증해 양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시장을 잠식당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모빌리티 패권 경쟁에서 구경꾼으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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