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메가특구만의 문제인가[MT시평/김덕호]

김덕호 성균관대 교수(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
2026.10.01 02:00

반도체 메가특구가 주 52시간제를 다시 논쟁의 중심에 세웠다. 소득 상위 3%인 관리자와 연구개발 인력에 본인 동의를 전제로 근로시간 상한의 예외를 두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메가특구만의 문제인가.

정작 더 열악한 여건에서 일하는 상당수 취업자는 주 52시간의 울타리 밖에 있다. 자영업자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플랫폼 종사자·프리랜서 등 수백만 명은 주 52시간 상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청년들은 밤낮없이 취업을 준비한다. 스펙과 인턴을 쌓아도 번번이 취업문 앞에서 좌절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 그러면서 우리는 고소득 연구개발 인력이 스스로 더 일하고자 해도 국가가 일률적으로 막아서야 하는지를 논쟁하고 있다.

주 52시간제가 장시간 노동을 줄이는 데 기여한 성과는 분명하다. 문제는 산업과 직무가 다른데도 하나의 시간 규칙으로 묶는 것이 지금도 최선이냐는 것이다. 생산직과 연구원, 저임금 근로자와 고소득 전문직은 업무의 성격도 교섭력도 다르다. 실제 산재사망도 건설·제조업과 소규모 사업장에 집중돼 있다. 노동의 모습과 위험이 이처럼 다른데 정책이 하나의 평균적 노동자를 상정해서는 안 된다.

밖으로 눈을 돌리면 근로시간을 다루는 방식은 하나가 아니다. 미국은 일반적인 주당 근로시간 상한이 없고, 일정 요건의 관리·전문직은 초과근로수당 의무에서도 제외한다. 일본은 고소득 전문직에 본인 동의를 전제로 별도의 근로시간 제도를 적용한다. EU도 평균 주 48시간을 원칙으로 하되 법령·단체협약에 따라 산정 기준기간을 최대 12개월까지 둘 수 있다.

반도체에서는 개발 속도도가 경쟁력이다. 중국의 추격은 숫자로 드러난다. CXMT의 세계 DRAM 시장 점유율은 매출 기준 2023년 1% 미만에서 올해 2분기 10%까지 치솟았다. YMTC도 올해 2분기 세계 NAND 출하량의 14%를 차지했다. 미국의 수출통제 속에서도 이 정도다. 글로벌 경쟁 속에서 획일적인 주 단위 규제가 최선인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노동조합 역시 현재 조합원의 근로조건을 넘어 미래세대의 일자리까지 함께 고민할 때다.

주 52시간을 없애자는 뜻은 아니다. 장시간 노동을 강요받을 위험이 큰 근로자는 더 단단히 보호해야 한다. 반면 충분한 보상과 직무 자율성, 교섭력을 가진 사람에게는 본인 동의와 건강권 보장을 전제로 더 많은 선택을 허용해야 한다.

오늘의 노동자는 하나의 모습이 아니다. 대기업의 고소득 전문직도, 영세사업장의 근로자도, 플랫폼에서 일하는 사람과 노동시장 입구에 선 청년도 있다. 사람을 보호한다는 노동정책의 목적은 변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방법까지 과거에 묶어둘 이유는 없다. 보호는 더 촘촘하게, 선택은 더 넓게 하는 것이 변화한 노동시장에 맞다.

메가특구는 우리 노동시간 규제가 오늘의 산업과 노동 현실에 맞는지를 시험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다. 특구에서 필요한 유연성이라면 왜 특구 밖에는 필요하지 않은가. 이제 주 52시간을 '얼마나 일하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국가의 보호를 더 필요로 하고, 누가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다시 볼 때다.

김덕호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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