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적자내도 지원 필요한 이유[기자수첩]

김도균 기자
2026.10.07 05:50

"적자 때문에 지원이 필요한데 적자가 나면 보조금을 못 받아요."

최근 만난 배터리업계 관계자의 이 한마디에는 '한국판 IRA(인플레이션감축법)'로 불리는 국내생산세액공제의 딜레마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미국 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 논의되는 지원책은 법인세 부담을 낮춰주는 방식에 무게가 실리면서다. 적자로 인해 법인세를 내지 못한다면 깎아줄 세금도 없는 셈이다.

무엇보다 배터리 사업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기업만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중국 업체들은 리튬 등 배터리 원재료 공급망을 장악한데다 저가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가격 경쟁력이 확보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영역까지 빠르게 시장을 넓히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수익성 부담도 커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아니다. 전고체배터리와 소듐이온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당장 돈을 버는 것보다 미래를 위해 비용을 먼저 지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같은 투자가 법인세 감면 방식의 인센티브와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는 당장 수익으로 돌아오지 않기 마련이다.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결국 이익이 나야 하는 만큼 당장 돈이 필요한 기업들이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 현재의 이익을 내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 '인센티브 거래제도'를 대안으로 요구하고 있는 이유다. 당장 낼 법인세가 없어 활용하지 못하는 세액공제나 인센티브를 다른 기업에 넘기거나 현금화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다.

기업이 적자를 감수하면서 투자를 이어가는 시점에 지원하는 것은 흑자를 낸 뒤 그렇게 해주는 방식과 효과가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배터리처럼 중국 업체들과 가격 경쟁을 벌이면서 차세대 기술까지 선점해야 하는 산업이라면 투자가 필요한 시기를 놓치는게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한국판 IRA가 이름만 'IRA'를 따라가는데 그치지 않으려면 당장 법인세를 납부할 여력이 없는 기업도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김도균 /사진=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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