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조사 결과로 처분을 하지 않습니다. (중략)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처분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발언이다.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후속 조치와 특별조치법 제정 방향' 브리핑을 관통한 말은 '처분하지 않는다'였다. 송 장관은 당정협의회에서 나온 '처분 유예'라는 표현을 바로잡으며 처분 걱정을 하지 말아달라고 수차례 호소했다.
농지 전수조사 시행 약 5개월, "정부가 땅을 뺏는다"는 괴담은 농촌을 흔들고 도시에도 불안을 퍼뜨렸다. 농지는 농민의 생계 수단이자 도시의 관외 소유자에게도 중요한 자산이다.
지난달 21일 당정은 특별조치법 제정과 농지은행 위탁 등을 통한 '처분 유예'를 제시했다. 하지만 유예 이후 처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은 가라앉지 않았다. 정부는 그제야 위탁이나 자진 정비 없이도 처분하지 않겠다는 설명으로 돌아섰다.
예견된 혼선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24일 국무회의에서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강조하며 농지 전수조사를 지시했고, 정부는 속도에 치중했다.
그러나 1949년 농지개혁 이후 첫 전국 단위 전수조사에 나서기까지 농촌 현실은 크게 달라졌다. 고령농이 이웃에게 경작을 맡기거나 도시의 자녀가 농지를 상속받는 일이 빈번하다. 직접 농사짓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투기와 관행적 임대차를 구분할 수는 없다. 경자유전 원칙만으로는 이런 현실을 담기 어렵다.
전수조사는 묵혀둔 농지 문제를 바로잡을 분명한 계기다. 다만 농지가격과 고령화, 상속, 임대차 등 얽힌 문제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조사부터 시작해 불안과 반발을 키웠다. 지난 7일 농식품부 국정감사에서도 여야는 준비 부족을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송 장관은 다음날 브리핑에서 속도전 지적에 대해 "내실 있는 것들을 채우는 게 지금으로서는 과제"라고 했다. 첫 시험대가 연내 제정을 추진하는 특별조치법이다. 미처분 약속을 법으로 뒷받침하되 한시적 구제에 그쳐서는 안 된다. 고령농의 은퇴와 관행적 임대차를 반영한 농지법 개정으로 중장기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처분하지 않는다'는 호소만으로는 흔들린 농심과 민심을 되돌릴 수 없는 까닭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