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학생독립운동 시초 '1929년 댕기머리 사건', 현대무용으로 탄생

나주(전남광주)=나요안 기자
2026.08.28 09:34

'소녀, 그 마음에 붉은 멍 들다' 순회공연…100년 전 청소년의 정의 미래세대에 전달

현대무용 '댕기머리 사건' 공연의 한 장면 /사진제공=동신대학교

1929년 나주역에서 시작돼 전국적인 학생독립운동으로 타오른 '댕기머리 사건'이 현대무용으로 다시 태어난다.

28일 동신대에 따르면 전남광주 현대무용 대표주자인 비상무용단이 '2026년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대표예술단체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창작 현대무용 '소녀, 그 마음에 붉은 멍 들다-댕기머리 사건'을 다음달부터 전남광주 목포시, 남구, 나주시에서 잇따라 선보인다.

비상무용단은 총연출 박종임 교수와 예술감독 조숙영 교수, 단무장 및 조안무를 맡은 강지형 강사를 비롯해 35명의 무용수 대부분이 동신대 공연예술무용학과 교수진과 재학생, 졸업생들로 구성됐다.

공연은 △다음달 5일 오후 3시 목포시민문화체육센터 소공연장을 시작으로 △6일 오후 7시30분 남구 빛고을시민문화관 △18일 오후 7시30분과 19일 오후 2시·5시 나주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이 작품은 1929년 10월30일 나주역에서 발생한 '댕기머리 사건'과 이를 계기로 전국으로 확산된 학생독립운동의 역사를 현대무용의 언어로 풀어냈다.

당시 나주서 광주로 통학하던 광주여자고등보통학교 여학생의 댕기머리를 일본인 학생들이 잡아당기는 사건이 발생했고 한국 학생들이 항의하면서 충돌이 벌어졌다. 이후 11월3일과 12일 광주 학생들의 대규모 항일시위로 이어지며 학생독립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기폭제가 됐다.

비상무용단은 이 역사적 사건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제의 억압 속에서도 굴하지 않았던 소년·소녀들의 상처와 용기, 정의와 희망을 춤으로 형상화한다.

공연은 프롤로그와 4개의 장, 에필로그로 구성된다. 1장 '작은 별들의 가장 찬란한 시작' 에서는 억압된 시대에도 평범한 행복을 만들어가던 소년·소녀들의 모습을, 2장 '거대한 그림자' 에서는 일제의 억압과 댕기머리 사건이 불러온 시련과 갈등을 그린다.

3장에서는 '소년 소녀들 가슴에 핀 정의'에서는 아픔과 슬픔을 넘어 정의를 품었던 학생들의 내면을 표현하고, 4장 '붉은 꽃이 되어'에서는 이들의 숭고한 정의와 믿음이 희망의 꽃으로 피어나는 과정을 담아낸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깨지고 부서진 조각들이 다시 모여 우리는 춤을 추고 희망의 노래를 부른다'는 메시지를 통해 학생독립운동의 정신이 과거에 머무는 역사가 아니라 오늘과 미래에도 이어지는 살아 있는 정신임을 강조한다.

박종임 비상무용단 대표는 "청아하고 단정했던 한 소녀의 댕기머리에서 시작된 사건은 수많은 학생들의 가슴에 정의의 불꽃을 피웠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역사의 아픔만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 소년·소녀들이 보여준 용기와 희생, 정의의 정신을 기억하고 그 빛을 미래 세대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주희 동신대 총장은 "나주에서 시작된 학생독립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지역 예술인들이 현대적인 감각으로 되살려낸 매우 뜻깊은 공연이다"며 "100년 전 이 땅의 청년들이 보여준 용기와 정의가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새로운 울림과 자긍심을 심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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