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보다 무서운 건 '혼자'"…고립된 학생, 정서위험 5.6배

황예림 기자
입력 2026.11.04 14:51 수정 2026.11.04 14:51

전교조, '학생 마음건강과 자해·자살 예방 교사·학생 의견조사' 결과 발표

/그래픽=이지혜

학생들의 정서적 위기를 키우는 가장 큰 요인은 성적보다 학교 안에서 느끼는 '고립감'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학교폭력 피해나 또래관계 단절도 마음건강을 악화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꼽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학생 마음건강과 자해·자살 예방 교사·학생 의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달 전국 교사 1017명과 중·고등학생 341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 최근 한 달간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정서적 어려움을 겪은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학교에서 '자주 혼자라고 느낀다'는 비율이 30.4%로, 일반 학생(5.4%)의 5.6배에 달했다.

학교에서 혼자라고 '자주 또는 거의 매일' 느끼는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일상생활이 어려울 만큼 힘든 비율도 48.7%로 나타났다. 고립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답한 학생(7.7%)보다 6.3배 높은 수치다.

성적 스트레스보다 관계의 단절이 위기를 더 크게 좌우한다는 점도 확인됐다. 성적·공부 고민이 많은 학생 가운데 학교에서 혼자라고 느끼지 않는 학생은 20.6%만 일상생활이 힘들 만큼 정서적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자주 혼자라고 느끼는 학생은 정서적 어려움을 경험하는 비율이 57.9%에 달했다. 또 성적 고민이 많지 않더라도 고립된 학생의 정서적 어려움 비율은 38.7%로, 성적 고민만 많은 학생(20.6%)보다 높았다.

성적 고민이 많은 학생 중에서도 주변의 공감과 믿을 만한 어른, 속마음을 털어놓을 친구가 모두 없는 경우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비율은 58.3%였다. 세 가지 관계망이 모두 있는 학생은 이 비율이 17.6%에 그쳤다.

/사진제공=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학교폭력 피해도 주요 위험요인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괴롭힘이나 따돌림 피해를 경험한 학생의 33.2%가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정서적 어려움을 겪었다. 피해 경험이 없는 학생(13.1%)보다 2.5배 높은 수준이다. 피해 학생의 39.9%는 학교에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학교에 알린 학생 가운데서도 45.3%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교사들도 학교폭력과 고립을 학생 자살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인식했다. 교사들은 자살 위험이 매우 높은 학생으로 따돌림·학교폭력 피해 학생(64.0%)과 또래관계 형성이 어려워 고립된 학생(53.3%)을 제일 많이 꼽았다. 두 응답은 성적·입시 스트레스가 심한 학생(36.1%)을 선택한 비율보다도 훨씬 높았다.

정부 대책에 대한 교사들의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정부가 제시한 '2035년까지 청소년 자살률 절반 감축' 목표를 현재 대책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본 교사는 4.4%에 그쳤고 73.2%는 달성이 어렵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원인 진단 없이 대책만 나열했다(57.7%) △입시 경쟁 등 구조적 원인을 외면했다(54.3%) △현장 실태를 반영하지 못했다'(36.8%) 등을 꼽았다.

교사들은 위기 학생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검사보다 사람의 역할이 더 크다고 평가했다. 위기 학생을 처음 알게 된 경로는 학생 본인의 호소(52.6%), Wee클래스 상담(47.7%), 담임·교과교사의 관찰(46.6%) 순이었고 정서·행동특성검사나 마음EASY 검사 결과를 통해 발견했다는 응답은 15.5%에 불과했다.

현장의 대응 여건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의 82.4%는 위기 학생을 '혼자 감당하는 구조'라고 답했고 94.3%는 보호자 거부와 외부기관 연계 지연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전교조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자살예방 정책을 선별과 치료 중심에서 학교가 학생의 마음건강을 지키는 구조로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기보고식 정서·행동특성검사를 폐지하고 교사 관찰과 객관적 지표를 활용한 위기학생 발굴, 학교 안 협력체계 강화, 고경력 상담교사 보상 강화 등을 포함한 13개 정책과제를 정부에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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