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아프간·이라크 이어 호르무즈…한국군 '분쟁지역' 파병사

정한결 기자, 이원광 기자
2026.09.04 15:45

[the300]

(무산담 로이터=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항해하는 선박들. 오만 무산담에서 촬영, 2026년 7월 12일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무산담 로이터=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2004년 이라크전 이후 22년 만에 미국의 요청에 따른 파병 여부를 저울질하게 됐다. 베트남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주요 분쟁 지역으로 병력을 보냈던 국군 파병의 역사가 이번에는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4일 국방부에 따르면 한국군은 올해 6월 기준 총 13개국에 889명을 파견 중이다. 개인단위는 34명, 부대단위는 855명이다. 유엔임무단·다국적군 평화활동·국방협력이라는 목적 아래 레바논(동명부대)·남수단(한빛부대)·소말리아해역(청해부대)·아랍에미리트(아크부대) 등을 중심으로 병력과 자원을 해외에 보내고 있다.

지금은 유엔 PKO(평화유지활동) 임무 등 평화·재건 활동에 집중하고 있지만 국군 해외파병의 시작인 베트남전쟁에는 실제로 참전했다. 1964년 1차 파병에는 비전투지원 성격의 제1이동외과병원 및 태권도 교관단이 갔으나, 이듬해 10월 청룡부대를 보내며 전투부대를 최초로 파병했다. 곧이어 맹호부대, 백마부대 등이 바다를 건넜다. 1973년 3월 완전 철수까지 6차례에 걸쳐 총 32만명이 파병돼 이중 5099명이 숨지고 1만1232명의 부상을 입었다.

걸프전이 진행 중이던 1991년에는 국군의료지원단 154명을 사우디아라비아에, 공군수송단 160명을 UAE(아랍에미리트)에 약 2개월 간 보내며 의료 및 다국적군의 후방 수송을 지원했다. 1990년대 이후로는 1993년 소말리아 상록수부대 파견을 시작으로 유엔 PKO 활동에 적극 참여하면서 앙골라·서사하라·동티모르 등 분쟁지역을 포함한 각지에 병력을 보냈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한국군은 아프가니스탄에 약 13년에 걸쳐 해성부대·청마부대·동의부대·다산부대·오쉬노부대 등 의료·수송·공병 지원 병력을 파견했다. 비전투부대 파병에도 2014년 6월 모든 병력이 철수하기 전까지 한국인 23명이 납치당하고 2명이 사망하는 '샘물교회' 사건이 발생하고, 다산부대 윤장호 하사가 폭탄테러로 숨지는 등 고초를 겪었다.

국군은 2004년 노무현 정부 시절 이라크전에도 의료·건설·재건 임무를 목적으로 하는 자이툰 부대를 파병했다. 규모는 기존에 파견했던 서희·제마부대를 통합한 3600여명으로, 미국·영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보냈다. 베트남전 이래 최대 파병이었다.

이라크 무장단체가 미군 군납업체 직원으로 근무하던 김선일씨를 납치·살해하며 철군을 촉구했음에도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이라크전 파병은 국회 동의부터 2008년 12월 자이툰부대의 철수 전까지 반전 여론에 따른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이후 정부는 PKO를 비롯해 국방협력 등을 중심으로 파병 활동을 전개해왔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진행 중인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이 이뤄진다면 이라크전 이후 22년 만에 미국의 요청에 따른 파병이 된다. 당초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한 선제 조건으로 해협 일대의 안정화를 내세웠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과 각종 한미 현안이 걸린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파병 검토라는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파병 후보 전력으로는 해상초계기와 해군 군수지원함, EOD(폭발물처리) 등 비전투 자산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과의 외교적 마찰을 피하고, 국내의 반발을 축소시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파병과 관련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한반도 대비 태세를 고려해 큰 손상이 있지 않은 범위 내에서는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투에 참여하는 것도 있고 비전투도 있다"며 "수색에 관한 다양한 옵션(선택)도 있을 수 있어서 종합 검토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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