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시초는 시조"…하버드 교수가 바라본 K-문학

정한결 기자, 조성준 기자
2026.09.17 12:22

[the300][한미동맹의 유산, 美 평화봉사단의 발자취]③

지난 13일 한국을 찾은 데이비드 맥캔 하버드대 명예교수./사진제공=한국국제교류재단(KF)

"케이팝(K-Pop)은 수백 년 전 한국의 시조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본다."

1997년 미국 하버드대에 최초로 설치된 'KF(한국국제교류재단) 교수직' 초대 교수를 역임한 데이비드 맥캔 교수의 말이다. 그는 지난 15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시조의 매력을 노래로 살려내고 이를 오늘날의 대중음악과 연결하면 생기 넘치는 조합이 탄생한다"고 강조했다.

맥캔 교수는 평생을 한국문학 연구와 번역에 헌신해 온 한국 문학 전문가다. 하지만 처음부터 머나먼 이국 땅의 문학에 뜻을 세운 것은 아니었다. 그는 1960년대 미국 평화봉사단 소속으로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당시 안동의 한 서점에서 '빨간 표지의 조그마한 책 한 권'을 우연히 발견하면서 한국문학과의 동행이 시작됐다. 김동성이 번역한 김소월의 시집이었다.

당초 그는 시집에 담긴 번역문을 참고해 한국어 원문을 읽는 연습을 하면서 읽기 실력을 키울 심산이었다. 그러다 김소월의 시에 이내 빠져들었다고 한다. 맥캔 교수는 "시가 너무 매혹적이었다"며 "시를 외우기 시작했고, 만나는 사람 누구에게나 김소월의 시를 읽는 기쁨을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문학가로 김소월 시인을 꼽은 맥캔 교수는 "시어며 운율, 짜임새가 참으로 아름답다"며 "민요의 가락을 담은 현대시"라고 평가했다.

과거 안동농림고등학교(현 한국생명과학고등학교) 교사와 데이비드 맥캔 전 하버드대 명예교수(아랫줄 왼쪽)/사진제공=맥캔 교수

평화봉사단 소속이던 맥캔 교수가 회상한 당시 한국의 가장 큰 특징은 민둥산이었다고 한다. 그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산업화로 산하가 황폐해져 있었다"며 "산림녹화사업이 시작돼 내가 근무했던 안동농림고등학교(현 한국생명과학고등학교)에서도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주말마다 조를 이루어 나무를 심으러 나갔다"고 회상했다.

산은 황폐했지만, 사람들은 따뜻했다. 맥캔 교수는 "(안동) 학생들과 교직원, 마을 사람들은 물론 서울로 가는 12시간짜리 기차에서 만난 사람들 모두 무척 반가워하며 따뜻하게 격려해줬다"고 했다.

한국 문학의 세계적인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도 강조했다. 당시 미국은 한국 문학의 불모지였다. 맥캔 교수는 "이제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고, 2024년에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했다.

알려지진 않았지만 곳곳에서 묵묵히 한국 문화 발전을 위해 헌신한 이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맥캔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시카고의 세종문화회는 지난 20여년간 해마다 시조 경연대회를 개최해왔다"며 "한국시인협회를 비롯해 많은 시인, 작가들이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맥캔 교수 자신도 KF의 지원을 받아 '하버드-이화 서머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등 한국 문학을 전공하는 미국 대학원생을 길러냈다. 한국 시인들의 시집 11권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옥중 글을 번역하기도 했다.

맥캔 교수는 이번 방한 일정 중에도 한국 문학 관련 일정을 소화한다. 17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에서 열리는 '제12회 세계한글작가대회'에서 한국의 시 문학과 시조를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맥캔 교수는 "해외 작가와 학자를 초청하는 국제회의, 해외에서 개최되는 워크숍과 낭독회 등 다양한 활동과 그 열정이 인상적"이라며 "이러한 노력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며, 특히 문학을 공연과 접목하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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