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일 국회 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와 이중당적 정리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범진보 진영의 연대·통합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조국혁신당은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인 요구라며 반발했다. 김 대표의 제안이 정치개혁을 위한 것인지, 범진보 진영 내 주도권을 둘러싼 포석인지를 두고 양측의 신경전도 이어지고 있다.
김 대표는 17일 유튜브 채널 '민주당TV'의 '민티07'에 출연해 이중당적 문제와 관련해 "이중당적은 원칙적으로 옳지 않고 혁신당 등 진보 진영 내에서도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있어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합당 문제에 있어서도 전당원 투표 등을 가정하면 사전에 선결돼야 할 과제"라며 "합당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고 논의를 하더라도 이중당적 문제가 정리된 이후에 결론을 내겠다고 말씀드렸던 바 있다"고 했다.
다만 이중당적 여부를 확인하는 데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공직선거법상 각 정당이 명단을 내놓지 않으면 확인이 쉽지 않은 한계가 있어 다양한 사례를 점검하며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신천지·통일교 등의 조직적 당원 가입 의혹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대표는 "아주 찬찬하고 꼼꼼하게 진행 중"이라며 "신천지 사안은 경찰 수사를 요하는 문제로 박선원 최고위원으로부터 조사 계획을 보고받은 뒤 관여하지 않고 있으나 꽤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전당대회 당시 신천지 고위급 인사의 관련 증언 등 확보해 알고 있는 정보도 전달했다"며 "적절한 때에 관련 내용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전날 제안한 국회 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 방안도 재차 언급했다. 현재 20석인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15석으로 낮추자는 내용이다. 김 대표는 "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기본소득당 등을 돌며 이야기를 나눴고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었다"며 "어제 박범계 당대표 직속 대통합추진TF 위원장, 진성준 TF 진보연대분과 위원장, 이해식 혁신당연대분과 위원장 등이 각 당에 접촉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국혁신당은 김 대표의 제안에 즉각 반발했다.
조국 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은 이날 SNS를 통해 과거 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 논의를 거론하며 "DJ정부 당시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10명으로 완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운영위에서 통과됐지만 한나라당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대표가 제시한 15석 기준에 대해 "어떤 근거인지 알 수 없다"며 "10석으로 낮추면 조국혁신당에 이익이 되니 높이자는 생각이라면 단견 중 단견"이라고 비판했다.
혁신당은 민주당과의 협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신장식 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춘생 사무총장이 민주당으로부터 어젯밤 '한번 만나자'는 전화 한 통을 받은 것 외에 어떠한 협상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오늘 아침 김 대표는 마치 다른 정당들과 논의가 진행돼 15석으로 합의된 것처럼 말했다"며 "왜 사실과 다른 말을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신 원내대표는 또 "김 대표가 연대와 통합 '공세'를 통해 주도권 확보에만 몰두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자신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 카드로 해석돼 진정성을 의심받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개혁 경쟁력을 갖춘 혁신당이 교섭단체가 됐을 때 의사결정에 권한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이 불편하신가"라고 말했다.
현재 조국혁신당의 의석은 12석이다. 교섭단체 기준이 15석으로 낮아질 경우 혁신당이 독자적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하려면 추가 의석 확보가 필요하다. 반면 기준을 10석까지 낮추면 혁신당이 단독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교섭단체 요건 완화와 이중당적 정리 문제가 범진보 진영의 연대·통합 논의와 맞물리면서 양당 간 입장차도 뚜렷해지고 있다. 민주당은 진보 진영의 연대와 통합을 위한 제도적 정비라는 입장인 반면 혁신당은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민주당이 기준과 논의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