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국정 재정비를 위해 조만간 2기 대통령비서실장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선은 집권 2년 차를 앞두고 국정 지지율 하락으로 위기에 몰린 이재명 정부가 국정 동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를 가를 승부처로 꼽힌다. 국정 2인자로 막강한 권한과 책임을 지닌 비서실장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명확하다. 청와대 1기 참모진의 낸 성과의 연장선에서 "무엇을 할 정부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내놓는 '국정 아키텍트(Agenda Architect)'로서의 기획력이다.
2기 비서실장은 국정 설계자..."무엇을 할 정부인가" 답해야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대미 외교·통상 협상과 성장 회복 분야에서 신속한 문제 해결 역량을 보이며 국민적 호응을 얻었다. 새 정부의 주요 성과로 꼽히지만, 정부가 의제를 직접 설계하고 주도했다기보다는 당면 현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한 결과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제는 초기 성과를 바탕으로 국정을 이끌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기획·추진한 의제인 부동산 정책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 5000 시대를 목표로 내건 자본시장 선진화와 증시 활성화 정책도 최근 증시 조정 국면에서 추진 동력이 약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내부에서도 냉철한 현실 진단과 반성을 바탕으로 국정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2기 비서실장에게는 먼저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일하는 정부'의 강점을 강화할 국정 설계자의 역할이 요구된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구조개혁, 자본시장 개혁을 통한 국민 자산 형성, 성장의 지속과 성과의 공정한 확산 등 국민적 공감대를 넓힐 수 있는 의제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부동산처럼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과제는 정책 효과가 가시화될 때까지 우선순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한정된 국정 역량을 어디에 집중할지 결정하는 것 역시 국정 기획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국정 우선순위 선택지 제공...대통령, 소모적 정쟁 노출 최소화 과제
2기 비서실장은 정책실과 내각, 전문가 그룹에서 나온 아이디어와 제안을 종합해 대통령에게 정교한 '정책 선택지(Policy Options)'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대통령이 주요 정책과제를 최종 선택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의제의 우선순위와 실행 방안을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비서실장이 위험 관리와 행정 업무에 치중하는 관리형 실장에 머문다면, 대통령이 국정의 세부 사안까지 직접 챙기는 '만기친람(萬機親覽)' 우려도 커질 수 있다. 대통령의 직접 관여가 늘어날수록 참모의 책임은 약해지고, 다시 대통령에게 결정이 집중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어서다.
여권에선 대통령이 소모적인 정쟁에 직접 노출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생과 거리가 먼 진영 내부의 정치적 갈등은 국민적 피로감을 키우고 대통령이 국정에 집중할 공간마저 좁힌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의제를 발굴하고 성과를 만들어 내는 대통령을 소모적인 정쟁에서 벗어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제언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비서실장 인선과 어떤 국정 운영 모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이재명 정부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며 "대통령과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국정의 큰 그림을 그리고 부처와 여당을 조율할 수 있는 인물을 기용해야 실용주의로 무장한 '일하는 정부'의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