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우크라 공관원 일부 철수 결정…"전향적 조치 없이 복귀 못 해"

조성준 기자
2026.10.20 17:06

[the300]
우크라 공습 등 이유 들었지만, 외교 갈등 주원인
"추가조치 있을 수 있어…완만한 해결 희망"

[앙카라=뉴시스] 조성봉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26.07.08. suncho21@newsis.com

외교부가 주우크라이나 공관원의 절반을 철수한다. '북한군 포로 송환' 공개 문제로 한국과 우크라이나 간 외교적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추가 대응을 경고한 데 따른 고강도 조치로 풀이된다.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주우크라이나 대사 소환 조치 이후에도 우크라이나 측의 전향적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역에 걸친 공습 위협이 상존해 안전 확보가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공관원 일부 철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우리 정부의 입장을 이미 다양한 방식을 통해 우크라이나 측에 전달했다"며 "전향적 조치가 없다고 판단해 이런 조치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철수 대상은 전체 공관원의 절반 수준이다. 다만 대사대리를 중심으로 양국 간 외교 소통을 유지하고, 영사 업무 인력은 전원 잔류해 재외국민 보호 업무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번 철수 결정은 현지 교민들에게 사전 공지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는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 전역이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된 만큼 교민들에게 지속적으로 대피를 권고해 왔으며, 이번 조치도 별도로 안내할 예정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북한군 포로 송환 문제와 관련해 "사실 인정과 공개 사과를 계속 거부하면 추가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외교부도 공식 사과를 거듭 요구했으나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교장관 등이 사실상 종결된 사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갈등이 이어졌다.

외교부는 이번 조치로 우크라이나 측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면서도 추가적인 외교 갈등으로 확산하는 상황에는 선을 그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후속 조치 가능성에 대해 "추가적인 조치가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리의 엄중한 입장을 우크라이나 측이 좀 더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이며, 최종 목적은 양국이 현안을 원만하게 해결하기를 도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10.15. chocrystal@newsis.com

다만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약 4년 8개월간 현지 공관을 유지해 온 정부가 외교적 갈등이 불거진 시점에 철수를 결정하면서 조치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과거 해외 공관 철수는 주로 현지 안보 상황이 급격히 악화했을 때 이뤄졌다. 2015년 리비아 주재 한국대사관이 무장세력의 총격을 받자 공관원들이 튀니지로 철수했고, 2021년에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장악하면서 대사관을 잠정 폐쇄하고 공관원 전원을 철수시켰다.

외교부 역시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공관원 안전 확보의 어려움을 들었지만, 우크라이나 측의 전향적 조치가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외교적 압박의 성격도 드러냈다. 중동전쟁 이후 주이란 한국대사관의 철수가 검토됐음에도 공관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과도 대비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철수 결정 시점에 대해 "최근 미사일·드론을 활용한 무차별 공습이 진행되고 방공망이 사실상 붕괴된 상태"라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향적 조치 요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철수 공관원의 복귀 시점도 정해지지 않았다. 외교부는 현지 안전 상황 등을 고려한다는 입장이지만, 우크라이나 측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복귀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외교적 항의 수단은 통상 △외교 채널을 통한 우려 전달 △공개 항의 표명 △상대국 대사 초치 △자국 대사 소환 △외교관 추방(페르소나 논 그라타·PNG) △외교관계 격하 및 공관 철수 △국교 단절 등으로 구분된다. 다만 이번 조치는 공관을 유지한 채 인력 일부를 철수시키는 것으로, 외교공관 자체의 철수와는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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