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인 아빠인데 출생신고도 못 해"…건보 사각지대 놓인 아이들

김지은 기자
2026.10.25 10:41

[the300] [2026 국정감사]
국적 취득에 최장 377일…길어지는 의료 공백
올해 7월 기준 인지에 의한 국적 취득 절차 9명
권칠승 "국적 취득 절차, 건강보험 자격 취득 사이 공백 해소"

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마리아씨(가명)는 한국에 돈을 벌기 위해 E-6 비자를 받고 입국했다가 한국인 남성 김모씨를 만났다. 김씨와 교제하던 마리아씨는 임신을 하게 됐는데, 출산을 원치 않았던 김씨는 마리아씨에게 폭력을 가했다. 위험을 느낀 마리아씨는 지인의 집으로 도망쳐 생활했다.

문제는 2019년 태어난 아일린(가명)이었다. 아일린은 2022년 폐렴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이었는데 그때까지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다. 한국인인 김씨가 인지신고를 해주지 않으면 아일린은 출생신고를 할 수가 없어 건강보험 혜택에서 제외된다. 병원비가 부담됐던 마리아씨는 아일린이 입원한 뒤 출생신고를 서둘렀다. 그런데 갑자기 김씨와 연락이 끊겼다.

연락이 끊긴 지 한참 뒤 마리아씨는 김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일린의 친자관계 확인은 이후 더욱 복잡해졌다. 김씨와 다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이복형제자매들과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고 인지청구소송을 거친 뒤에야 출생신고를 마칠 수 있었다. 아일린은 이 기간 동안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했다.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생후 5개월 응우옌 민 바오(가명)는 국가예방접종을 받았지만 영유아 건강검진은 한 차례도 받지 못했다. 주민등록번호와 외국인등록번호가 없어 검진 대상자로 등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오는 국적 취득을 위한 인지청구소송을 진행하는 동안 보호시설에서 사회보장 전산관리번호를 발급받았다. 국가예방접종은 시설이 보건소에 별도로 요청해 임시관리번호를 발급받는 방식으로 가능했지만, 영유아 건강검진까지 연결되지는 않았다. 성장과 발달 상태를 확인하는 기본적인 건강관리에서 공백이 발생했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인 기자

한국인 아버지와 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혼인 외 관계로 태어난 아동들이 국적 취득 절차 기간 동안 건강보험 가입에 어려움을 겪으며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인지에 의한 국적 취득 절차를 진행 중인 아동은 9명이다. 이 가운데 9세 이하는 7명이다.

국적 취득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10세 미만 아동의 최장 소요 기간은 2023년 300일에서 2024년 333일, 2025년 357일로 늘었으며 올해 7월 기준 377일에 달했다. 10대 아동도 올해 7월 기준 최장 161일이 걸렸다. 법무부 관계자는 "외국 여권이나 출생증명서 등 본국 서류 발급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적 취득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주민등록번호나 외국인등록번호가 없는 아동은 건강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워 의료서비스 이용에 제약을 받는다. 아일린의 사례처럼 아이의 친부가 연락을 끊거나 사망하게 되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매년 인지에 의한 국적 취득 아동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국적을 취득한 아동은 2021년 420명에서 2024년 621명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611명 중 0~9세 아동이 453명으로 74%를 차지했다.

권 의원은 "국적 취득 전 아동의 의료·복지 사각지대는 이전부터 지적돼 온 문제"라며 "우리 국민이 될 아이들이 국적 취득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공백 없이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적 취득 절차와 건강보험 자격 취득 사이에 발생하는 공백을 해소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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