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 정국의 막이 오른 가운데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의 핵심 쟁점인 미래대응기금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여당은 반도체 경기 둔화와 세수 변동에 대비할 재정 안전판이라고 강조했지만, 야당은 국회의 예산 심의를 우회하고 정부의 자의적인 재정 운용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2027년도 예산안 토론회'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의 주요 현안과 사업 분석 내용을 발표했다. 기획예산처는 내년도 예산안을 '성장과 재정의 선순환을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김명중 기획예산처 예산실장은 "역대 최대 규모의 담대한 투자를 통해 재정이 성장의 마중물이 되고 경제 성장이 다시 재정의 기반이 되는 성장 주도형 재정 선순환 구조를 안착시키겠다"며 "잠재성장률의 추세적 반등을 뒷받침하고 성장의 과실이 국민 모두에게 확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여당 간사인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래대응기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의원은 "올해 관리재정수지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8% 적자지만 내년에는 0.1%로 줄어든다"며 "국가채무도 올해 GDP 대비 50.6%에서 내년 48.3%로 낮아지고 2030년에도 49%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장기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 안전판이 필요하다는 게 정 의원의 설명이다. 그는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2027년 0.1%에서 2030년 2.9%로 확대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미래를 위해 재정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관점에서 안전판을 만들어야 하는데 미래대응기금이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래에 대한 준비와 국가채무 관리, 재정 안전판의 역할을 고려하면 기금 설치 자체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면서도 "기금의 주요 사업이 적절한지, 지속 가능한지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야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미래대응기금이 재정 통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미래대응기금은 미래 세대를 위한 저수지가 아니라 재정 통제를 우회하는 수단"이라며 "국회 예산 심의를 우회해 정부가 재정을 자의적으로 운영하려는 시도는 국가 재정 운영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기금 여유 자금 104조4000억원 중 상당 부분을 국채 상환에 사용하도록 조정하고, 국회 의결 없이 기금을 운용할 수 있는 30% 범위도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서는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포퓰리즘과 백지수표식 예산"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시적 세수 호황에 기댄 무분별한 지출 확대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며 "반도체 호황이 끝나 세수가 급감하면 한 번 늘려놓은 지출을 어떻게 감당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긴축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데 정부는 예산 지출을 늘려 엑셀을 밟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