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한 하영, 다음 행보는?...나치 후손들은 '이렇게' 했다

이소은 기자
2026.08.24 10:43

조상 행적 적극 공개하고 반대되는 사회적 활동 나서며 '나치' 논란 정면 돌파

배우 하영이 증조부의 친일 행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나치의 후손인 문화예술인들이 관련 논란에 정면 돌파해 대중의 분노를 잠재운 사례가 있어 참고할 만하다. /사진=제미나이

배우 하영이 증조부의 친일 행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앞으로의 행보에 이목이 쏠렸다. 조상의 잘못을 책임질 필요는 없지만,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배우 일을 계속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이미 해외에서는 나치의 후손인 문화예술인들이 관련 논란에 정면 돌파해 대중의 분노를 잠재운 사례가 있어 참고할 만하다. 이들은 오히려 조상의 행적을 공개하고 그와 반대되는 사회적 활동을 하는 식으로 논란에 대처했다.

"말 아닌 행동으로 실천" 강조한 하영, 행보는?
배우 하영이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하영은 증조부 안상호의 친일 행적이 논란이 되자 지난 12일 인스타그램 등 개인 SNS에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안상호의 친일 행적을 뒤늦게 알게 됐으며 후손으로서 사죄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가족의 역사와 그 시대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앞으로 역사를 대하는 데 있어 더욱 신중한 태도를 갖도록 하겠다. 우리의 역사를 깊이 있게 공부해나가며 독립 유공자분들과 우리나라의 광복과 안녕에 힘써주는 모든 분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섬기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하영은 "말 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겠다"고 밝히면서 행보를 예고하기도 했다. 다만 앞으로의 배우 활동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아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조상의 잘못을 후손이 책임지게 하는 연좌제는 경계해야 하지만, 대중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 배우 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하영이 관련 논란을 잠재우고 배우로서 사랑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침 해외에 비슷한 사례가 있어 참고할 만하다.

강제수용소 방문, 유대인 커뮤니티와 적극 교류
에릭 브래든. /사진=위키피디아

미국 인기 드라마 '더 영 앤 더 레스트리스(The Young and the Restless)'의 빅터 뉴먼으로 유명한 에릭 브래든은 독일계 미국 배우다.

1961년 다큐멘터리를 보고 홀로코스트의 실상을 처음 접한 그는 이후 나치 범죄와 독일 현대사를 스스로 공부했다. 2005년에는 과거 나치의 참상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도 방문했다. 현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독일인으로서 이곳에 서 있다는 것 자체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깊은 수치심과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참담함을 느끼게 한다"고 발언했다.

그는 "과거의 비극을 잊지 않고 교육하는 것만이 역사의 반복을 막는 길"이라며 홀로코스트 기억 운동에 꾸준히 참여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인권 관련 상을 받기도 했다. 유대인 사회와의 유대 강화에도 힘썼다. 유대인 이민자들과 홀로코스트 생존자 후손들이 대거 포함된 축구 클럽 맥카비 로스엔젤레스에서 핵심 멤버로 활약하며 유대인 커뮤니티에서 '진정한 동료'로 인정받았다.

2017년에는 자서전을 출간하며 자신의 아버지가 나치당원이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밝혔다.

그는 "사랑하고 존경했던 아버지가 나치당에 입당해 부역했다는 사실과 모국 독일이 저지른 참상을 깨달았을 때 내 생애 가장 참담하고 거대한 충격을 받았고, 깊은 수치심과 모순적인 죄책감을 느꼈다"고 기술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비극을 덮어두거나 외면하는 것은 참회가 아니다. 역사를 정직하게 직시하고 수치스러운 과거를 기억하며 대화하는 것만이 나와 내 조국이 나아갈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직접 나치 범죄 참상 고발한 연극·영화 연출
토마스 할란 감독. /사진=위키피디아

독일의 영화감독 토마스 할란은 나치 정권의 반유대주의 선전영화를 연출한 베이트 할란 감독의 아들이다. 그는 평생에 걸쳐 아버지의 나치 부역 행위와 유산에 대항하고 속죄하기 위해 과격할 정도의 노력을 펼쳤다.

특히 전후 서독 사회와 사법부가 과거 나치 인사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복권 시키는 현상을 강력히 비판했다. 수년간 폴란드 아카이브에 머물며 조사한 나치 점령기 당국 문서와 전쟁 범죄 관련 기록을 서독 사법당국에 전달해 2000명이 넘는 나치 전범을 기소 및 조사하는 데 일조했다.

적성을 살려 나치 범죄의 참상을 고발한 예술 작품도 다수 생산했다. 바르샤바 게토의 영웅적 투쟁과 유대인 수난을 다룬 연극을 집필하고 공개 낭독회를 여는가 하면, 실제 나치 전범을 출연시켜 심문하는 형식의 영화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집과 회고록 등을 통해 부모가 히틀러와 친분을 맺었던 어린 시절을 언급하며 "나는 내 부모의 아들이며, 그것은 재앙이자 내 삶을 결정지은 비극"이라며 "반성하지 않는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진실을 밝히는 것만이 유일한 정의이자 속죄의 길"이라고 묘사했다.

가족사 폭로, 피해 후손들 직접 만나 사과

독일의 작가 카트린 힘러는 홀로코스트의 주범이나 나치 친위대 수장이었던 하인리히 힘러의 종손녀다. 그는 '힘러의 형제들'이라는 저서를 출간해, 중산층 가정이 어떻게 나치즘의 광기에 동조하고 거대한 범죄집단으로 변모했는지 학술적으로 폭로했다.

이스라엘 출신의 유대인 남성과 결혼하며 자기 삶이 가문의 인종주의적 사상과 완전히 단절했음을 행동으로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직접 출연한 다큐멘터리 '히틀러의 아이들'에서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후손을 직접 만나 가문의 죄업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하고 역사적 책임을 끝까지 짊어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