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비위 의혹을 받는 김병기 무소속 의원에 대한 경찰 수사가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4개월째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와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을 앞두고 수사의 완결성을 높이기 위한 보강 수사가 길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처분 시점을 둘러싼 각종 정치적 해석도 이어지고 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24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김 의원 사건과 관련해 "필요한 수사가 대부분 마무리됐다"며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4개월째 비슷한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박 청장은 지난 4월에도 "머지않은 시간 내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에도 경찰은 수사가 '마무리 단계'라는 입장을 이어왔지만 김 의원을 둘러싼 13개 의혹에 대한 송치 여부 등 구체적인 처분 방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해 9월부터 11개월 넘게 김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사실관계 확인과 혐의 판단은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에서 최종 처분을 앞둔 보강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처분을 서두르지 않는 배경에는 오는 10월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을 앞두고 수사의 완결성을 높여야 한다는 부담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건을 검찰에 넘긴 뒤 추가적인 보완수사 요구가 나오지 않도록 사실관계와 법리를 세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3일 김 의원 수사와 관련해 "검찰 보완수사 요구 등이 생기지 않도록 작은 부분까지 들여다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구속영장 신청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혐의의 중대성 등 구속 필요성을 뒷받침할 논리도 갖춰야 한다. 수사팀은 김 의원이 이미 7차례 경찰 조사를 받은 만큼 도주 우려가 크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관련 법리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처분 시점을 둘러싼 정치적 해석도 이어지고 있다. 현직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수사인 만큼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처분 시점을 조율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오는 10월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이후까지 처분을 미루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수사 지연 논란은 경찰 수사심의위원회 판단도 받게 됐다. 오는 25일 서울경찰청에서는 김 의원 사건 수사 과정의 적법성을 따지는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린다. 최근 김 의원을 고소·고발한 보좌관 A씨와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장기간 사건 처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각각 서울경찰청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수사심의위에는 법조인과 전직 수사관,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사건 처분이 장기간 이뤄지지 않은 이유를 비롯해 수사 절차의 적절성 등을 살펴보고 필요할 경우 신속한 사건 처리 등을 권고할 수 있다.
관련해 박 청장은 "심의 신청자의 요구 사항이 '신속 수사'인만큼 수사 내용보다는 형식적 절차 위주로 심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