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택배인 줄" 집 앞에 놓여 뜯었는데 '남의 거'...유죄?

송민경 (변호사)기자
2026.08.24 16:21

[송변의 법으로 본 이슈]

[편집자주] 유명인의 사건부터 생활 속 논란까지 일상과 맞닿은 다양한 사건을 법률과 판례를 바탕으로 변호사 기자가 쉽고 정확하게 풀어드립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입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내 택배인 줄 알았어요."

아파트 현관 앞에 놓인 택배 상자를 자신의 물건으로 착각해 뜯었다가 뒤늦게 다른 사람의 물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 어떻게 될까. 실수로 다른 사람의 택배를 잘못 가져가거나 뜯어본다면 상황에 따라 점유이탈물횡령죄가 문제될 수 있다.

택배와 관련해 문제가 생겼을 경우 택배가 당시 어디에 놓여 있었는지, 물건을 가져간 사람이 타인의 물건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등을 상황을 종합적으로 따지게 된다. 택배가 제대로 온 경우인지, 택배가 잘못 온 경우인지에 따라 적용 범죄가 달라질 수 있다.

만약 택배가 잘못 온 경우 택배의 주인은 정작 자신의 택배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태일 수 있다. 이런 상황에 적용되는 것이 점유이탈물횡령죄다.

형법상 점유이탈물횡령죄는 유실물이나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한 경우 성립하며 이 죄를 저지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3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해질 수 있다. 배송기사가 다른 사람의 집 앞에 잘못 배송한 택배를 제3자가 가져간 행위에 대해 법원은 점유이탈물횡령죄를 인정한 바 있다.

문제는 상자를 연 뒤 포장을 뜯고 수신인 이름이나 주소를 확인한 결과 다른 사람의 택배가 잘못 온 것이라서 자신의 물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도 물건을 돌려주지 않고 그냥 사용한 상황이다. 고가의 전자기기, 명품, 상품권처럼 재산적 가치가 큰 물건일수록 실수라는 말로 이후의 행위까지 정당화되기는 어렵다. 이런 경우에도 역시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주문자에게 정상적으로 배송돼 현관 앞이나 주문자가 지정한 장소에 놓인 택배는 상황이 다르다. 제대로 배송된 다른 사람의 택배를 가져간 경우 상황에 따라 절도죄가 성립할 수 있다. 형법상 절도죄는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경우 성립하며 이 죄를 저지른 경우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법원은 피해자가 주문한 의류가 공동주택 현관 앞에 배송된 뒤 제3자가 가져간 사건에서 절도죄를 인정했다. 포장지에 피해자의 이름과 주소가 표시돼 있었고, 피고인이 자신의 주문품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도 반환하지 않은 점 등이 근거가 됐다.

잘못 도착한 택배를 자신의 것인 줄 알고 개봉했다면 사실을 알게 된 즉시 판매자나 배송업체, 관리사무소 등에 연락해 원래 주인에게 택배가 도착할 수 있도록 돌려주는 것이 좋다. 이미 포장을 뜯었거나 물건을 사용했다면 그 사실도 함께 알리고 반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잘못 배송된 사실을 알게 된 직후 물건을 그대로 반환했다면 범죄의 고의가 부정될 가능성이 커져 형사 책임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