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10분 거리를 104일만에…'장미란 실종' 허위 종결에 속수무책

오문영 기자
2026.08.24 16:01

허위 처리 걸러낼 장치 부족…제도 개편·실종사건 전수점검
일반 성인은 법상 실종자 아닌 '가출인'…"방심할 수 있는 부분"

[경찰이 24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 농장에서 발견된 장미란씨 시신 현장을 보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주 장미란씨 실종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성인 실종 대응 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실종자를 직접 만나 안전을 확인하는 게 원칙이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고, 담당자가 허위로 처리할 경우 이를 걸러내기 어렵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제주경찰청은 24일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긴급체포된 제주서부경찰서 부모 경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5월 실종 신고된 장미란씨(37)의 안전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신고자에게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거짓말한 뒤 사건을 자체 종결한 혐의를 받는다.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 관리 목록에서도 장씨 관련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2일 접수된 60대 A씨 실종 사건도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한 혐의를 받는다. 부 경장은 가족에게 "실종자와 연락이 닿았지만 경찰관과 만나기를 원하지 않고 가족에게 위치도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며 허위로 말한 뒤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위 종결의 대가는 참혹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제주시 한림읍 인근 숲에서 장씨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했다. 지난 5월12일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끊긴 지 104일 만이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장씨가 머물던 숙소에서 걸어서 10여분 거리에 불과했다. A씨 역시 지난 22일 제주 모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장미란(37)씨 등 실종자 허위 종결 사건으로 직무유기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제주 서부경찰서 소속 A경장이 24일 오전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제주지법에서 열리는 체포적부심에 출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부 경장이 실종자들의 안전을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을 끝내는 과정에서 별다른 제동이 걸리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경찰에 따르면 내부 실종 업무 매뉴얼은 실종자를 직접 대면해 안전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성인 실종자가 경찰과 만나기를 거부하는 등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전화나 영상통화 등 다른 방법으로 안전을 확인할 수 있지만 대면하지 못한 사유를 남겨야 한다.

하지만 담당자가 허위로 보고하고 전산에도 같은 내용을 입력할 경우 이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전산상 실종 해제 처리도 담당 경찰관이 직접 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대면 확인이 원칙이고 사건을 종결할 때 과·팀장의 검토를 받게 돼 있다"면서도 "담당자가 보고서를 모두 허위로 작성하면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주 실종 사건 수사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부 경장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해 "매우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다시는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 전반을 살피고 제도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담당자가 사건 해제를 요청하면 관리자급이 해제 사유와 조치 내용을 확인한 뒤 최종 승인하도록 제도를 개편하고 있다. 전체 실종사건에 대한 전수점검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부 경장 수사 결과와 전수점검 결과 등을 토대로 추가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인 실종 사건이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질 수 있는 현행 대응 체계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18세 미만 아동과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치매환자 등을 보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일반 성인을 포괄하는 별도의 실종 관련 법률은 없다. 이 때문에 경찰 실무에서는 일반 성인을 '가출인'으로 분류해 관련 업무를 처리한다.

성인은 스스로 집을 나가거나 가족과 연락을 끊는 사례가 많아 신고 초기 범죄나 사고 등 위험 가능성을 가려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도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성인의 경우 대부분 일반 가출로 확인·처리되는 경우가 많다"며 "방심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자 범위를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사람으로 한정할지, 일반 성인 전체를 포괄할지는 국가마다 접근이 다르다"며 "국내에서도 일반 성인 실종을 어떤 범위와 방식으로 제도적으로 다룰지를 두고 오래전부터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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