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 전 남편과 '결혼 후 함께 모으는 재산은 명의와 상관없이 절반씩 공유한다'는 계약서를 작성했지만, 남편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시어머니와 상속 문제로 갈등 중이란 아내의 사연이 전해졌다.
27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사연을 보낸 A씨는 자신을 "8년 차 주부"로 소개했다. A씨는 7살 많은 남편과 대학 시절 처음 만나 졸업 직후 결혼했다. 사업을 하던 남편은 A씨에게 "사업이 잘돼도 같이 잘되고 어려워도 같이 감당하자"고 했다.
두 사람은 혼인신고 전 '결혼해서 함께 모으는 재산은 명의가 누구로 돼 있든 무조건 절반씩 공유한다'는 내용의 계약서까지 작성하고 서명했다. 결혼 후 남편의 사업이 잘 풀리면서 8년 동안 남편 명의로만 30억원에 달하는 재산이 모였다. 부부는 자녀 계획도 세우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남편은 거래처를 다녀오는 길에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고 시어머니와 상속재산 문제로 갈등이 불거졌다. A씨는 시어머니에게 결혼 전 남편과 썼던 '절반 공유 계약서'를 보여주며 "재산의 절반은 애초에 제 몫으로 약속된 것이니 이를 뺀 나머지 절반만 상속 재산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그건 너희 둘이서나 쓴 종이 쪼가리일 뿐 나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며 "내 아들 이름으로 된 재산이니 법대로 똑같이 나누자"고 했다. A씨는 사연에서 해당 계약서의 법적 효력에 대해 물었다.
사연을 들은 박수민 변호사는 "이 사건은 그 계약서를 '등기'해뒀느냐 아니냐에 따라 A씨가 받을 금액이 6억원 넘게 차이 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A씨가 결혼 전 남편과 작성한 계약은 법적으로 '부부재산계약'으로 불린다. 민법은 부부 사이의 재산 문제를 원칙적으로 당사자 합의에 맡기고 있어, 혼인신고 전 부부가 재산에 관한 약정을 자유롭게 체결할 수 있다. A씨와 남편 간 계약은 법적으로 유효한 것이다. 박 변호사는 "'재산의 절반은 아내 것'이란 약정이 온전히 효력을 갖는다. 이 부분은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핵심은 이 계약의 효력을 시어머니에게도 주장할 수 있느냐다. 박 변호사는 "민법엔 부부재산계약을 혼인신고 하기 전까지 등기하지 않으면 그 계약 내용을 부부의 승계인이나 제3자에게 주장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며 "남편이 사망하면서 상속인이 된 시어머니는 '승계인' 또는 '제3자'에 해당한다. 계약서를 등기해 두지 않았다면 A씨는 시어머니에게 '이 재산의 절반은 원래 내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고 짚었다.
박 변호사는 자녀 없이 배우자와 직계존속만 남은 경우 배우자는 5할 가산된 법정상속분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A씨가 5분의 3, 시어머니가 5분의 2의 비율로 상속받는다.
부부재산계약을 등기했다면 계약이 시어머니에게도 효력이 미친다. 남편 명의 재산 30억원 중 절반인 15억원은 처음부터 A씨의 고유재산이다. 상속 대상인 나머지 15억원을 3대 2로 나누면 A씨가 9억원, 시어머니가 6억원을 상속받는다. 여기에 A씨의 고유 몫인 15억원을 더하면 최종적으로 A씨는 총 24억원을 갖게 된다.
반면 부부재산계약서를 작성만 하고 등기는 하지 않았다면 A씨와 남편 사이에서만 법적 효력이 있다. 이 경우 남편 명의 30억원 전부가 상속재산이 된다. 이를 3대 2로 나누면 A씨는 18억원, 시어머니는 12억원을 각각 상속받게 된다.
박 변호사는 "결혼 전 작성한 계약서 원본과 함께 부부 재산약정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등기 여부를 확인하라"며 "남편의 다른 재산이나 채무 유무 등 상속재산의 범위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