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아파트 수영장에서 4세 아동이 익사한 사고와 관련해 법원이 베이비시터에게 사고를 방지해야 할 '조리상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8일 뉴스1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7단독(부장판사 장기석)은 이날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카자흐스탄 국적 A씨(20대·여)에게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A씨는 2023년 2월8일 부산진구 한 아파트 수영장에서 자신이 돌보던 B군(4)을 제대로 살피지 않아 익사 사고를 막지 못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키가 109㎝였던 B군은 수심 120~124㎝인 성인 풀에서 보조기구를 착용한 채 다른 아동과 물놀이하다 수영장 사다리 하단에 보조기구가 끼이면서 물속에 잠겼다.
그러나 당시 A씨는 B군에게 수영복을 입히고 보조기구를 채워준 뒤 수영장 안 의자에 앉아 이어폰을 낀 채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보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함께 물놀이하던 아동이 수영 강사에게 여러 차례 도움을 요청했지만 즉각적인 구조는 이뤄지지 않았다. B군은 약 2분44초 동안 물속에 잠겨 있었다. 이후 B군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져 치료받던 중 사고 일주일 뒤 숨졌다.
재판에서는 수영 강습 중인 아동을 살펴야 할 의무가 베이비시터에게 있었는지가 쟁점이 됐다.
A씨 측은 "베이비시터 업무는 B군을 수영강습에 데려다주는 데 그칠 뿐 강습 중 아동을 관찰·보호하는 것은 계약상 업무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재판부도 베이비시터 계약 자체에는 수업 중 아동을 관찰·보호할 의무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B군 보호자가 A씨에게 수영강습 통학을 부탁하고 강습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도록 했다는 진술 등을 고려했다.
다만 계약상 의무와 별개로 A씨에게 사고를 방지해야 할 '조리상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B군의 보호자를 대신해 위험성이 있는 수영강습의 통학과 준비를 맡고 수영장에 계속 머물렀다는 점을 고려했다. △사고 당시 A씨의 위치와 행동 △다른 아동의 구조 요청 △B군이 물속에 방치된 시간 △별도 안전요원이 없었던 점 등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A씨가 적정 위치에서 B군이 안전하게 수영하는지 관찰해 사고를 방지했어야 한다며 업무상과실치사 책임을 인정했다.
앞서 이 사고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수영 강사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수영장 안전관리 책임자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장 부장판사는 "다른 공범들에 비해 주의 의무 위반 정도가 경미하고 피해 아동의 보호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적극적으로 바라지 않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