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백일섭씨(82)의 사진을 20년 넘게 제품 홍보에 무단으로 사용한 주방용품 업체가 백씨에게 1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서부지원 민사5단독 문현정 부장판사는 백씨가 주방용품 제조·판매업체 A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장은 A사가 백씨에게 재산상 손해 8000만원과 위자료 2000만원 등 총 1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A사는 1990년대 중반부터 냄비 등 자사 주방용품에 백씨의 사진이 인쇄된 스티커를 부착해 판매해 왔다. 회사 홈페이지와 인터넷 쇼핑몰에 게시된 제품 사진과 설명에도 백씨의 사진이 노출됐다.
백씨 측은 2019년 9월 A사에 내용증명을 보내 사진을 무단으로 쓰고 있다며 사용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A사는 이후에도 지난 2월 폐업할 때까지 백씨가 회사 모델인 것처럼 사진을 사용해 영업을 이어왔다. 폐업한 뒤에도 홈페이지와 인터넷 쇼핑몰에는 백씨의 사진이 붙은 제품 사진이 게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백씨 측은 A사가 자신의 동의 없이 사진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행위는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부정경쟁행위이자 초상권·성명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라며 재산상 손해 1억2443만원과 위자료 3000만원 등 총 1억5443만원을 청구했다.
이에 A사는 1994년쯤 백씨와 기한을 정하지 않은 광고모델 계약을 구두로 체결했고, 2010년쯤 모델료 1000만원도 지급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재판장은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며 A사의 행위가 초상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라고 판단했다.
다만 백씨가 주장한 퍼블리시티권과 성명권 침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현행법상 퍼블리시티권을 독립된 재산권으로 인정하기 어렵고, 제품에 부착된 스티커에 백씨의 이름이 기재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재판장은 "피고가 원고의 허락 없이 초상을 상업적으로 이용함으로써 원고는 초상의 대가 상당액을 얻지 못했다"며 백씨의 인지도와 사진 사용 기간, 업체의 추정 이익 등을 고려해 재산상 손해를 8000만원으로 산정했다.
이어 "연예인은 직업 특성상 초상이 대중 앞에 공개되는 것을 포괄적으로 허락해 인격적 이익의 보호 범위가 일반인보다 제한될 여지가 있다"면서도 "초상이 상업적 광고나 선전 등에 이용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위자료 2000만원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