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을 닷새 남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아직 정원도 다 채우지 못했다. 인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 중수청장 임명도 늦어지고 있어 개청 초기 혼란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끊이질 않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수사관과 검사를 상대로 진행한 중수청 특례임용 최종 신청자는 총 1962명에 그쳤다. 앞서 1차 특례임용에 2376명의 신청자가 몰렸으나 615명이 철회해 전체 정원 2874명의 약 61%인 1761명만 남았다. 인력 수급을 위해 2차 특례임용을 진행한 결과 201명이 추가로 지원했다. 신청자 모두를 채용한다고 가정해도 정원의 68.3%만 채워지는 셈이다.
전체 중수청 신청자 중 임용이 예정된 검사는 총 8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선임은 사법연수원 30기인 임은정 검사장이다. '쿠팡 퇴직금 의혹'을 폭로한 문지석 수원고검 검사 등도 포함됐다.
법조계에서는 정원을 다 채우지 못 하고 출범하는 중수청이 초기에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다. 수사 인력이 완벽히 확보되지 못해 수사 노하우 이전 등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중수청은 부패, 경제, 방위사업, 마약, 국가보호, 사이버, 법왜곡 등 7대 중대범죄 수사를 전담한다. 난이도가 높은 사건들을 수사 대상으로 삼고 있는 만큼 초기 수사 노하우 이전이 중요하다.
중수청장 임명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인 점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수청법은 5급 이상 수사관을 임용하려면 중수청장의 '추천'이 필요하다고 정하고 있다. 5급 이상 수사관은 간부진에 해당한다. 중수청장 임용이 늦어지면 청장이 함께 손발을 맞출 간부진 구성에 아예 관여하지 못하거나 급하게 추천에 나서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특례조항에 따라 행안부 장관이 청장의 추천을 생략하고 5급 이상 수사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실제 중수청장과 호흡을 맞춰 일해야 할 인력을 다른 사람이 추천하게 되는 셈이라 적절하지 않다는 우려가 있다. 중수청장 임명이 늦어지면 중수청으로 옮기는 가장 선임인 임은정 검사장이 중수청장 직무대행을 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수청은 향후 경찰, 변호사, 교수, 회계사 등 외부인력으로 남은 정원을 채울 방침이다. 최근 인사 관련 사항을 정하는 '중수청 경력경쟁채용 요건에 관한 규칙'이 제정되면서 경력경쟁채용의 채용 요건 등이 정해진 것으로 파악됐다.
규칙에서는 △공공기관 또는 그 밖의 기관·법인·단체에서 수사 업무 또는 법률 사무에 종사 △대학이나 공인된 연구기관에서 수사 또는 법률학분야 조교수 이상으로 근무하거나 관련 학문 연구 △군사법경찰관의 직무 수행 △자본시장법·공정거래법 등 관련 조사 업무를 수행한 자 등이 자격을 갖춘다고 보고 있다. 중수청 측은 연말까지 경력 채용을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현재 이동한 검찰청 인력과 외부 인력 사이 손발을 잘 맞추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 관측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향후 수장의 역할이 중요한 점은 결국 각기 다른 기관에서 온 수사관들을 어떻게 하나로 잘 이끌지가 관건이 되기 때문"이라며 "특검에서도 각기 다른 소속기관 사람들이 모였을 경우 내부 갈등이 생겼던 적이 있다. 조직을 잘 안착하려면 이런 부분을 잘 메꿔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