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은 일반인보다 사망률이 3배가량 높은 반면 건강검진은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달장애인을 이해하는 의료기관과 인력도 부족해 의료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공동으로 '발달장애인 의료 이용 실태 진단 및 제도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는 발달장애인이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이를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이 논의됐다.
김승섭 서울대 교수 연구팀은 인권위와 공동으로 진행한 '발달장애인 의료 이용 실태조사' 경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발달장애인 의료 수요자·공급자에 대한 심층 조사와 발달장애인 약 35만명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분석을 통해 진행됐다.
연구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의 사망률은 지난 20년간 일반 인구의 약 3배 수준을 유지했다. 일반건강검진과 구강·위암·대장암·유방암·자궁경부암 등 6종 검진 수검률은 일반 인구의 0.36~0.75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 만성질환 유병률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20·30대 발달장애인의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일반 인구의 2~4배 수준이었지만 고연령층에서는 그 격차가 줄거나 일부 역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김 교수는 "혼자 병원을 이용하기 어려운 고연령층 발달장애인이 의료서비스를 충분히 이용하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심층 조사에서는 증상을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렵고 의료 정보가 복잡한 점,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의료기관이 부족한 점, 진료 과정에서 도움을 줄 코디네이터가 부족한 점 등이 주요 문제로 거론됐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1·2·3차 의료기관의 참여 유인책 마련 △의료 정보 창구 일원화 △장애인 의료기관 이용 편의 지원사업 확대 등을 제안했다. 장애인 의료기관 이용 편의 지원사업은 의료기관 내 장애인 전담 진료 코디네이터와 상주 수어통역사 등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날 발달장애인 가족과 당사자, 활동지원사, 의료진 등도 현장에서 필요한 대안을 제시했다.
발달장애인 가족인 김신애씨는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기보다 연결된 모든 영역에서 동시에 한발씩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발달 시기별 병원 놀이 개발과 장애 관리 상황 기록, 주요 거점병원의 비상연락망 구축 등을 제안했다.
의료기관 간 정보 전달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준기 발달장애인 활동지원사는 "1차 의료기관에서 발달장애인 의료 이용자의 중요한 사회적 맥락 정보를 잘 기록하고 이를 상급 의료기관에 전달할 수 있도록 새로운 1차 의료 수가를 개발하거나 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며 "2·3차 의료기관에서도 의료 접근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관련 도구를 개발하고 배포하는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고 했다.
임형석 우리동네의원 원장도 "건강검진을 1차 의료 진입점으로 만들고 발달장애인 진료를 위한 기본교육과 심화수련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며 "이후에도 1차 의료가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은 코디네이터와 패스트트랙, 대체돌봄 등을 활용해 치료 단계가 끊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