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3일, 개천절이자 추석 연휴를 앞둔 징검다리 연휴의 첫날 서해대교에서 29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두 차량의 가벼운 접촉 사고로 시작된 이 사고는 결국 12명의 사망자를 내는 대형 사고로 번졌다. 이외에 49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재산 피해도 40억원에 달했다.
이 사고는 아직까지도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교통사고'로 불리고 있다. 그날 서해대교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당시 서해대교에는 안개가 매우 짙었다. 평소 가시거리는 1㎞ 이상이었지만 이날 가시거리는 61m에 불과했다. 운전자 체감 가시거리는 10m밖에 안됐다. 전광판에는 '안개 조심, 50㎞/h 이하 감속'이라는 경고 문구가 반짝였다.
경고 문구를 본 봉고 프런티어는 속도를 줄이고 서행했다. 뒤이어 오던 이스타나도 속도를 줄였다. 얼마 뒤, 서울을 향하던 25톤 차세대트럭이 경적을 울리며 이스타나를 추월했다. 앞서가던 봉고 프런티어와의 거리도 점점 가까워졌지만 짙은 안개 탓에 전방이 보이지 않았던 차세대트럭은 내리막에서 과속하다 끝내 봉고 프런티어와 추돌했다. 첫 사고가 발생한 것은 오전 7시 40분께였다.
이스타나까지 차세대트럭을 뒤늦게 발견하고 후미를 추돌했다. 3분 후 쏘나타 III가 사고 현장을 발견하고 급정거했으나 이를 뒤따르던 EF 쏘나타 택시가 미처 멈추지 못하고 이를 들이받았다. 이후 또 다른 쏘나타 III와 엑셀 2세대 차량이 차례로 추돌했다.
사고 차량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안개 때문에 상황이 파악되지 않자 일단 차 밖으로 대피했다. 이때 카캐리어 트레일러가 밖에 나와 있던 사람을 뒤늦게 발견하고 충격한 후, 콘크리트 방호벽과 부딪혔다. 뒤이어 달려오던 군산발 서울행 금호고속 버스가 카캐리어 트레일러의 후미를 추돌했다.
잠시 후 나타난 와이드봉고는 급정거에 성공했지만, 뒤에 나타난 BCT 차량이 와이드봉고와 사고 현장에 있던 다른 차들을 추돌했다. 7시 49분께 노부스 방통트럭이 정차 중이던 엑셀 차량을 추돌하며 전방의 모든 차들이 앞으로 밀려 연쇄추돌이 발생했다. 4분 후, 25톤 카고 차량이 BCT 차량을 충돌, 불꽃이 발생하면서 사고 차들에서 흘러나온 휘발유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이후 또 다른 BCT 차량이 나타나 카캐리어 트레일러와 25톤 화물차 사이를 추돌했다. 화물차 엔진이 튀어나와 전기배선에 스파크가 튀면서 순식간에 불기둥이 8m까지 솟았다. 갑자기 발생한 화재는 사고 차량은 물론, 차 안에 있던 사람들까지 단숨에 휩쓸었다. 대피하던 사람들도 길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후 15대의 차량이 화재 현장을 발견, 급정거하면서 추가 추돌이 발생했고 총 29중 추돌사고가 됐다.
사고를 구경하려 서행하는 운전자들로 인해 반대차로에도 줄줄이 정체가 일어나면서 결국 서해대교가 완전히 마비되는 상황에 놓였다. 신고받은 경기도 평택소방서와 충남 당진소방서에서 출동했지만 사고를 구경하는 사람들로 인해 진입이 어려웠다. 소방차를 따라가면 더 빨리 갈 수 있다고 판단한 일반 차들이 몰리면서 더 늦어졌다.
소방관들과 구급대원들은 사고 지점 1㎞ 전부터 무거운 방호복과 장비들을 들고 직접 뛰었다. 뛰어가는 와중에도 곳곳에서 도와달라는 사람들의 요청이 이어졌고 이들을 구조하느라 시간은 계속 지체됐다. 결국 5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20분이나 걸려 도착하게 됐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상자들이 걷잡을 수 없이 발생한 상황이었다. 차들은 대부분 화재로 전소됐다. 통곡 소리만이 이어졌다. 차량 추돌로 인한 사상자보다 화재로 인해 불길에 휩쓸리거나 연기에 질식한 사상자가 더 많았다. 황금연휴 직전 발생한 사고였던 만큼 가족 단위로 이동하다 변을 당한 사례가 많았다.
유족들은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안개를 '자연현상'으로 보고 공사 측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고 후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교량의 차선 추월을 금지했고 이 조치는 이후 일반국도로까지 확대됐다. 사고 발생 1년 3개월 후인 2008년 1월 15일부터는 서해대교 전 구간에 구간 단속이 시행됐다.
그러나 안개 대비책은 여전히 미비했다. 운전자들의 안전 불감증 역시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참사 9년 후인 2015년 영종대교에서 안개로 인해 또다시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106중 추돌사고로 사상자는 65명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