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정상이야" 남편에 마지막 문자...무학산 살인사건 전말 [뉴스속 오늘]

김소영 기자
2026.10.12 06:07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16년 5월4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무학산에서 살인사건 피의자 정모씨와 경찰관들이 현장검증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10년 전 오늘인 2016년 10월 12일, 무학산 여성 등산객 성폭행 미수 살인범 정모씨(당시 47세)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정씨는 2015년 10월28일 낮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무학산 6부 능선에서 혼자 산에서 내려오던 주부 A씨(51)를 성폭행하려다 A씨가 격렬하게 저항하자 그를 마구 때리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항암 치료 중 등산을 취미로 삼았던 A씨는 사건 당일 오전 11시30분쯤 홀로 산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섰다. 같은 날 오후 1시10분쯤엔 '산 정상에서 사과를 먹고 있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와 사진을 남편에게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A씨가 밤 9시가 넘도록 귀가하지 않자 A씨 남편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이 등산로 입구와 정상 부근 CCTV(폐쇄회로TV)를 확인한 결과 A씨가 산을 오르는 모습만 포착됐을 뿐, 하산하는 모습은 담기지 않았다.

주검으로 발견된 A씨…국과수 감정에도 용의자 '깜깜'

용의자 수색에 난항을 겪자 경찰은 신고보상금으로 1000만원을 내걸었다. /사진=뉴스1

경찰은 500여명을 투입해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다. 이튿날 오후 3시40분쯤 무학산 중턱 등산로에서 약 10m 떨어진 수풀에서 A씨 것으로 추정되는 생수병과 모자가 발견된 데 이어 낙엽과 흙으로 뒤덮인 A씨 시신이 발견됐다.

A씨 사망원인은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였다. 또 뇌출혈이 생길 정도로 얼굴과 배 부위에 강한 폭행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발견 당시 A씨 바지가 조금 내려가 있었으나, 성폭행의 직접적인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개인 소유 CCTV와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해 사건 당일 무학산에 오른 100여명의 신원을 파악했다. 또 인근 거주자 중 성폭력 전과자·출소자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도 실시했지만 용의자는 오리무중이었다.

경찰은 A씨가 입고 있던 옷과 신발, 장갑 등 소지품은 물론 주변에 떨어진 담배꽁초 등 160여점에 대한 DNA 감정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 그런데도 증거를 찾지 못하자 신고보상금으로 1000만원을 내걸기도 했다.

재감정 나선 대검…장갑서 검출된 DNA, 정씨로 확인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가 재감정한 피해자 유류품들. /사진=KBS2 '스모킹건' 유튜브 갈무리

결국 사건은 해를 넘겨 장기화했다. 경찰은 이듬해 4월까지 연인원 8000여명을 동원해 무학산과 근방을 샅샅이 뒤졌고, 그사이 피해자 유류품에 대한 국과수의 DNA 감정도 두 차례나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A씨 남편과 약초꾼이 범인으로 몰리기도 했다. 이들이 억울함을 호소하자 담당 검사는 경찰에 피해자 유류품 17점에 대한 재감정을 대검찰청 산하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에 의뢰하라고 수사 지휘했다.

의뢰 사흘 만에 A씨의 등산용 장갑에서 낯선 DNA 흔적이 발견됐다. 검출된 DNA를 대검 수형·구속자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한 결과 정씨와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당시 정씨는 다른 절도사건으로 대구구치소에 수감 중이었다.

앞선 두 차례 감정에서 국과수는 A씨의 장갑 겉면을 면봉 등으로 닦아 DNA를 채취하는 검사법을 썼고, 세 번째 감정을 맡은 대검은 장갑을 지름 0.5~1㎝ 크기로 잘라 안쪽까지 검사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강도강간·강도상해 등 전과 7범…항소심도 무기징역

전과 7범이었던 정씨는 강간 등 살인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사진=KBS2 '스모킹건' 유튜브 갈무리

특수강도강간과 강도상해 등 전과 7범이었던 정씨는 애초 A씨 살인 혐의를 부인하다 검경이 DNA 증거를 들이밀자 범행을 실토했다.

정씨는 무학산 정상에서 하산하는 A씨를 보고 성폭행할 목적으로 1.8㎞가량을 뒤따라갔다가 미수에 그치자,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A씨를 폭행하고 목 졸라 살해한 뒤 흙과 낙엽으로 시신을 은닉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정씨는 무학산 정상 부근과 광명암 CCTV에 두 차례 포착됐으나 용의선상에 오르지 않았었다. 이에 대해 경찰은 "CCTV 영상만으로는 정씨 신원을 파악하기 어려웠고, 근거리 거주자를 우선 조사하다 보니 정씨는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렸다"고 설명했다.

사건 발생 189일 만에 검거된 정씨는 강간 등 살인, 사체은닉 등 혐의로 구속기소 돼 1심과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극도의 고통 속에 생을 마감했고, 피고인은 유족의 아픈 감정을 달래기 위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사회로부터 영구 격리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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