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에게서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 본 뒤 그 비용을 제3자에게 대납하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시장직 박탈형을 선고받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2심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2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오는 23일 오후 2시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연다. 강철원 전 서울시 부시장, 직접 여론조사비를 대납한 사업가 김한정씨에 대한 선고도 함께 이뤄진다. 이날 선고는 생중계된다.
이번 선고에는 사실상 오 시장의 시장직이 걸려 있다. 오 시장이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집행유예 포함)을 받고 확정되면 오 시장은 시장직을 잃게 된다. 차기 대선 출마를 위한 피선거권도 5년간 잃게 된다. 오 시장은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오 시장의 운명을 가를 변수로는 항소심 과정에서 새로 제출된 명씨-김씨 사이의 통화 녹음 파일이 꼽힌다. 해당 녹음에서 명씨는 "하여튼 오세훈이는 몰라요. 모르고 걱정하지 말아요. 내 알아서 할게"라고 했다.
오 시장 측과 김씨 측은 해당 녹취가 오 시장의 요청과 관계없이 김씨가 독자적으로 여론조사 비용을 지급했다는 걸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반면 명씨는 오 시장이 여론조사 자체를 몰랐다거나 김씨가 오 시장과 무관하게 여론조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명씨는 '오세훈이는 몰라요'라는 발언이 당내 경선용 여론조사를 모른다고 한 것이 아니라 당시 안철수 후보와 야권 단일화 전략을 오 시장이 세세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단 취지로 한 것이라 주장했다.
새 증거가 오 시장에게 유리한 판결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에 대한 법조계 의견은 분분하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새로운 녹음이 오 시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오세훈이는 몰라요'의 맥락을 재판부에서 어떻게 해석할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1심에서 선고된 벌금 1000만원을 2심에서 100만원 아래로 내리기란 쉽지 않다"며 "1심과 판단을 달리 하기 위해선 새로운 정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녹음이 발견된 게 핵심 증거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형이 깎일 순 있어도 크게 감형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별개로 앞서 명씨가 연루된 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된 점이 오 시장에게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제공받았다는 유사한 사건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상태다. 특히 윤 전 대통령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가 오 시장에 대한 판결도 선고한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다만 두 사건의 쟁점이 달라 큰 영향이 없을 수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한편 오 시장은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씨가 실소유한 것으로 지목된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를 10차례 받았다는 혐의를 받는다. 김씨가 당시 미래한국연구소 실무자인 강혜경씨 계좌로 합계 3300만원 상당을 대납하는 데 관여했다는 혐의도 있다.
1심 재판부는 오 시장 혐의 중 일부를 유죄로 보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명씨에게 건넨 3300만원 중 2100만원에 대해 유죄로 인정했다. 해당 비용이 들어간 여론조사는 오 시장 의뢰로 진행됐으며 대납 역시 오 시장 요구로 이뤄진 것으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특히 명씨 주장 중 다른 정황과 일치한다고 판단된 부분에 한해서 신빙성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