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형태로 동시에 여러 치과를 운영하다 미국으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진 유디치과그룹 김종훈 전 회장이 유디치과 지점원장들을 상대로 제기한 20억원대의 부당이득금 환수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5부(부장판사 남천규)는 김 전 회장이 유디치과 지점원장 강모씨 등 23명을 상대로 제기한 23억원 상당의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지난 14일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청구액 23억원 중 약 8억원만 법원에서 인용됐다. 김 회장은 당초 29명을 상대로 소를 제기했으나 6명에 대해선 합의 등을 이유로 소를 취하했다.
법원이 일부 인용했지만 사실상 패소한 것으로 평가된다. 23억원 규모로 23명에게 제기했으나 9명에 대한 8억원만 인용해서다. 나머지 14명이 주장한 소멸시효 항변은 재판부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부당이득반환 청구권에 소멸시효 5년이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김 전 회장과 지점원장들 간 계약이 일반적인 상거래와 동일하다고 봐서다. 소멸시효는 피고들이 환급금을 받은 2014년부터 진행된다.
김 전 회장은 2000년대 후반 다른 의료인들에게 명의를 빌려주고 120여개의 치과를 소유하는 네트워크 방식으로 운영했다. 김 전 회장은 2014년 탈세 혐의로 세무 당국의 조사를 받으며 지점원장들 대신 세금을 납부했다. 김 전 회장은 지점원장들이 환급받은 세금을 자신이 돌려받아야 한다며 2023년 소를 제기했다.
피고들은 김 전 회장이 형사재판에서 실형을 받고 도피 중인 상태에서 소를 제기한 것은 소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건 약정이 의료법에 어긋나므로 불법 원인 급여에 해당해 환급금의 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먼저 재판부는 소권의 남용 관련해 소권남용에 해당하려면 실질적 이득이 없으면서 오로지 상대방을 괴롭힐 목적으로 제기되는 등의 사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경우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약정 관련해서는 재판부는 "각 의원의 운영과 관련해 취득한 모든 재산 중 매출액의 20% 상당액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 운영과 관련된 모든 손익이 김 전 회장에게 귀속된다는 묵시적 합의가 포함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피고들은 김 전 회장에게 환급금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의료법에 어긋나 환급금의 반환을 구할 수 없단 주장도 기각됐다. 의료법 제33조8항에 따르면 의료인은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고 정하는데 이 조항은 2012년 8월부터 시행됐다. 옛 의료법 제33조8항은 중복 '개설'만 금지할 뿐 의료기관에서 의료행위를 실시했는지를 기준으로 위반 여부를 판단해왔다. 재판부는 "사건 약정이 당시 시행 중인 옛 의료법을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피고 측은 "피고들 사이에 승패가 엇갈렸으나 법원 판단은 '상사 시효 5년이 완성됐다'는 취지로 사실상 원고가 패소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다만 "의료법상 1인 1개소 원칙은 헌법재판소가 중대한 공익에 기초한 규정으로 봤음에도 불법 원인 급여라고 판단한 부분 등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김 전 회장 측은 "의사를 상인으로 보고 상법을 적용해 소멸시효를 적용한 것은 판례에 어긋난다"며 "항소해서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