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혐의에 대해 2심에서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판결이 확정되면 국민의힘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전받은 선거비용 약 397억원을 반환해야 한다.
서울고법 형사합의2-1부(고법판사 백승엽·황승태·김영현)는 4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원심의 양형이 재량 범위 안에 합리적으로 결정됐다는 이유에서다. 윤 전 대통령은 사실오인·법리 오해·양형부당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판결을 듣는 동안 간간이 미소를 짓다가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는 주문을 듣자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재판부는 벌금형 등이 아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이유에 대해 "당시 의혹이 제기된 윤 전 대통령에 대해 공직자로서의 도덕성·공정성 판단에 있어 중요한 정보임에도 허위 사실을 공표해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이로 인해 선거인의 올바른 선거권이 침해됐고 선거의 공정성과 적법성이 훼손됐다"고 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당시 대선 후보자(이재명 대통령)와의 지지율 격차가 10%로 벌어졌다가 허위 사실로 의혹을 해명한 뒤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며 허위 사실 공표가 대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을 유죄로 판단한 이유에 대해서는 "윤 전 대통령이 문제의 발언이 일반 선거인에게 어떻게 이해될 것인지, (발언한)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인식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피고인의 사회적 지위·공표의 구체성 등에 비춰보면 발언이 객관적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2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출신 변호사 이모씨를 소개한 사실이 없단 취지로 말한 혐의에 대해 '변호사 선임까지 이어지도록 소개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일반 선거인의 관점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윤 전 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하거나 연결해주는 등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2022년 1월 불교 리더스 포럼 행사에서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국민의힘 당 관계자로부터 소개받았고 김건희 여사와 함께 만난 적이 없단 취지로 발언한 혐의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1월 대하빌딩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년 인사회에서 전씨를 소개하는 당시 김 여사와 동석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2013년 지인을 통해 전씨를 소개받은 이래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고 윤 전 대통령도 김 여사와 함께 전씨를 만난 사실이 인정된다며 허위 사실 공표의 고의가 인정된다 판단했다.
판결 직후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상고해 대법원의 판단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채명성 변호사는 "법리 측면에 부당한 면이 있다"며 "상고해서 다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의 김경호 특검보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판결"이라며 "재판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의 주장이 잘못됐음을 충실히 밝혔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의 선고형이 최종 확정되면 국민의힘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전받은 선거비용 약 397억원을 반환해야 한다. 공직선거법상 당선인은 선거범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당선무효형을 확정받을 경우 선거 뒤 반환받은 기탁금과 보전받은 선거비용을 반환해야 한다. 대통령 선거의 경우 반환 책임은 후보자 개인이 아니라 소속 정당이 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2024년도 정당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의힘 중앙당의 재산총액은 약 1199억원이지만 상당 부분이 토지와 건물 등으로 구성됐다. 현금·예금은 약 72억원으로 전체 재산의 6%에 불과하다. 반환 대상 금액 397억원은 이의 5배 정도다. 선거비용 반환을 위해선 별도의 재원 마련이 필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