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파손된 차량을 수리하는 동안 동일한 차량으로 빌리는 못하는 경우 피해 차량과 객관적 사용 가치가 같은 차량의 시장 대여 요금과 상황, 합리적 대여 기간을 따져 산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단순히 다른 업체 요금이나 할인율만을 비교해 대차료를 산정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최근 퍼스트렌터카가 KB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임대료 청구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은 교통사고 피해자들이 차량 수리를 맡긴 뒤 퍼스트렌터카에서 대체 차량을 빌리면서 시작됐다. 피해자들은 보험사에 대차료를 청구하고 지급받을 권한을 퍼스트렌터카에 위임했다.
퍼스트렌터카가 청구한 대차료는 총 3억6151만원 상당이었다. KB손보는 보험약관에 따라 산정한 약 2억49만원만 지급했다. 이에 퍼스트렌터카는 차액 약 1억6103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KB손보는 보험 약관상 대차료가 배기량과 연식이 유사한 동급 차량 가운데 최저요금 차량을 빌리는 데 드는 통상적인 요금으로 정해져 있다고 주장했다. 수입차가 사고를 당했더라도 배기량과 연식이 같은 국산 차를 기준으로 대차료를 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심은 퍼스트렌터카의 손을 들어줬다. 피해 차량과 동일하거나 동종·동급인 국산 차 또는 수입차의 대차료에서 30%를 할인한 청구액이 합리적인 범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다른 업체의 기본요금과 할인율·거래 관행 등도 고려됐다. 2심도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대차료 산정에 필요한 심리가 부족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사고가 난 차량과 같은 수준으로 사용할 수 있는 차를 빌리는 데 드는 금액을 더 자세히 따져야 한다고 봤다. 피해 차량과 제조사·차종·배기량·연식 등이 같은 차를 대여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구할 수 있었다면 그 차의 대여 요금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조건의 차량을 구하기 어려웠다면 피해 차량의 특성과 대여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적정한 비용을 산정해야 한다고 봤다. 차량을 빌린 기간도 실제로 차량이 필요했던 기간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법원이 비용을 정할 때 보험약관의 지급기준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들이 빌린 차는 사고 차량과 제조사나 차종이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빌릴 때 제조사와 차종이 같더라도 배기량·연식을 따지진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실제 빌린 차가 피해 차량을 대체하기에 적합한지 △그에 맞는 시장 대여 요금은 얼마인지 등을 추가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른 업체의 요금이나 할인율 등을 비교하는 것만으로 청구한 대차료와 대여 기간이 적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