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만에 11조 '뚝', 그 돈 어디로 갔나 보니…2배 베팅 묶자 돈줄 뚫렸다

조철희 기자, 김경렬 기자, 김세관 기자
2026.08.28 06:00

[MT리포트]단일레버리지 규제 한달, 광풍이 남긴 것 (上)

[편집자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2배 베팅' 광풍에 규제 브레이크가 걸린 지 한 달. 하루 10조원을 넘나들던 거래대금은 1조원 밑으로 급감했다. 시장의 자금 흐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규제 한달의 결과와 시장 변화, 상품 도입 전후로 드러난 정책적 논란과 고위험 투자상품 규제 방향을 짚어봤다.
"2배 벌자" 12조→7000억 거래 뚝...레버리지 광풍 어떻게 꺼졌나

-"과열 꺾이고 쏠림 줄었다…시장 안정 국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 거래대금 추이/그래픽=윤선정

하루 12조원을 넘나들던 '2배 베팅' 광풍이 사그라들었다. 한때 10조원을 훌쩍 넘겼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대금은 규제 강화 한 달도 안 돼 7000억원대로 급감했다. 금융당국이 투자 문턱을 높이면서 과도했던 단기매매와 특정 상품으로의 쏠림도 빠르게 진정됐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의 지난 26일 거래대금은 7110억원으로 집계됐다. 기본예탁금 강화 직전인 지난달 30일 12조4485억원과 비교하면 94% 급감했다.

금융당국은 시장이 안정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진단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체 시장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차지하는 거래 비중도 낮아졌고 상품의 몸집을 나타내는 시가총액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대금 감소가 매매 열기의 진정을 보여준다면 거래 비중 감소는 특정 상품에 집중됐던 거래 쏠림이 완화됐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파동이 진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실 쏠림 현상은 증권사 시스템적으로도 부담이 많고, 증권시장 전체를 위해서도 우려점이 적지 않았다"며 "규제 효과로 안정 상태에 접어들었는데 업체들도 일단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지난 5월 27일 국내 증시에 처음 등장했다. 상장 당일부터 ETF 16종 거래대금이 10조4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투자자들의 거래가 집중됐다. 이후 6월 24일에는 하루 거래대금이 19조4429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문제는 거래 규모만이 아니었다. 운용사가 매일 목표 배율을 맞추기 위해 기초주식을 사고파는 리밸런싱 과정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소수 대형주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에 거래가 집중되면서 특정 종목 쏠림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거론됐다. 장기간 보유할 경우 주가가 등락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누적수익률이 단순히 기초주식 수익률의 2배가 되지 않는 '변동성 잠식'에 따른 투자자 손실 위험도 문제로 지적됐다.

과열이 이어지자 금융당국은 지난달 중순부터 투자 문턱을 대폭 높이는 대책을 내놨다. 핵심은 기본예탁금이었다. 기존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새로 매수하는 개인투자자에게 1000만원의 기본예탁금을 요구했지만 이를 3000만원으로 3배 높였다. 대용증권을 제외하고 현금만 기본예탁금으로 인정하는 등 요건을 추가로 강화했다.

대책 발표 직후만 해도 거래 열기는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지난달 20일 거래대금은 12조3264억원으로 대책 발표 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강화된 예탁금 규제가 실제 적용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달 초 거래대금은 1조원 아래로 떨어졌고 이후에도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예탁금 강화가 투자자의 거래 참여를 제한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과열은 진정됐지만 이번 사태가 던진 숙제는 남아 있다. 거래대금 감소가 곧 투자자 보호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예탁금 상향과 같은 진입규제는 과열을 빠르게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투자자의 상품 선택권을 제약하거나 투자수요를 해외 상품으로 돌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혁신적인 투자상품의 문은 열어두면서도 과열과 투자자 피해를 통제할 수 있는 규율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향후 과제로 꼽힌다.

레버리지 ETF에 갇혔던 돈이 돌아온다…MMF·CP 시장 기지개

-MMF엔 6조원 몰렸다

최근 한 달간 증시자금추이/그래픽=윤선정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변동성에 발이 묶였던 자금조달 시장의 '돈맥경화'가 풀리고 있다. 주식시장 대기자금은 줄고 MMF (머니마켓펀드) 등 단기성 자금은 늘면서 규제 이후 시장이 정상 궤도를 찾아가는 형국이다. 증권사들은 그간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정산 금액을 맞추기 위해 단기성 자금조달은 물론 증권채를 총동원해 대응해왔다. 이렇게 빨아들인 주식 투자 용도의 자금들이 제자리를 찾는 모습이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일 투자자예탁금(장내파생상품 거래 예수금 제외) 잔액은 98조9177억원을 기록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가 시행된 지난달 31일 투자자예탁금 잔액(104조1354억원) 대비 5조2177억원 감소했다. 투자자들이 계좌에 넣어둔 투자자예탁금은 주식을 매입하거나 인출할 경우 줄어드는 일종의 대기성 자금이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도 한풀 꺾였다. 반대매매는 기한 내 대금을 납입하지 못해 장 개시와 동시에 시초가로 강제 매도되는 청산 절차다. 전일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1.3%로 지난달 말(7.1%) 대비 5.8%포인트 하락했다. 변동성 장세가 빨아들인 자금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에서 이탈한 주식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이 단기성 조달창구에 유입되면서 시장이 재개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MMF에 자금이 유입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MMF는 만기 1년 미만의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돌려주는 초단기 펀드 상품으로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발생하고 언제든 환매할 수 있다. 지난 26일 개인과 기업 등의 MMF(머니마켓펀드) 설정액은 257조960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251조5594억원) 대비 6조4010억원 불어났다.

펀드 운용 현황을 살펴보면 한 달 새 단기금융내 각종 자산 투자금이 증가했다. 지난 26일 펀드의 채권(단기) 투자금은 52조722억원으로 지난달 말(51조3885)에 비해 6837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CP(기업어음) 투자금은 65조3610억원에서 67조1795억원으로 늘었고, CMA(종합자산관리계좌)나 예수금형 MMW(머니마켓랩) 등 콜론 투자금도 3조5208억원에서 3조6262억원으로 불었다.

증권가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인해 촉발된 자금조달 시장의 '돈맥경화' 현상이 완화하는 상황으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대형 종목에 쏠렸던 자금들이 중소형 종목을 찾아가는 수급 완화 과정에서 중소형 종목의 주요 자금조달 창구가 재개할 것이란 기대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CB(전환사채), BW(신주인수권부사채), EB(교환사채) 등 메자닌(주식연계채권) 투자나 기술특례평가를 통한 IPO(기업공개)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 등 매크로 환경이 여전히 불안하고 명절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있어 단기채 시장 회복에 그칠 수 있다는 회의적인 관측도 제기된다. 당장 일반적인 중장기 회사채 시장까지 예년 수준을 회복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을 관망하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주식 관련 대기 자금이 단기성 대기 자금으로 대부분 이탈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주식시장이 안정되면 언제든지 돌아올 수는 있지만 투자 방향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지금 당장은 (기준)금리가 올랐기 때문에 향후 금리가 더 오르기 힘들다고 보는 투자자들이 채권 조달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레버리지 개미 싹 사라졌다"...뭉칫돈 다시 '여기로'

-코스닥 ETF에도 신규 자금 유입 활발

코스닥 기간별 개인투자자 수급 상황/그래픽=윤선정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출시 이후 꽉 막혔던 코스닥 유동성이 서서히 풀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내내 코스닥을 외면했던 개인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2조원 가까이 순매수하며 돌아왔다. 코스닥 ETF에도 자금 유입이 활발해지며 숨통이 트인다.

27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8월에만 개인투자자들은 코스닥에서 약 1조9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연초부터 지난 7월 말까지 10조원 이상을 순매도한 것과 비교되는 흐름이다.

코스닥은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유입에 좌우되는 코스피와 달리 전통적으로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받쳐주는 시장이었다. 지난해에도 개인들이 코스닥에서만 7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지난 4월에도 한 달 동안 개인들이 3조원 넘게 코스닥에서 순매수 양상을 보이며 지수가 1200을 넘기도 했다.

하지만 5월 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유동성이 코스피 대장주와 이를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만 몰리면서 코스닥 지수가 최대치의 절반에 가까운 630대까지 떨어졌다.

다행히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관련 대책을 발표한 이후 국내 주식시장은 이날까지 그나마 자금 순환매(매수세 순차적 이동) 양상을 보인다. 코스닥도 어느 정도 수급면에서 활력을 얻었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의견이다.

실제로 상승종목과 하락종목 비율을 나타내는 코스닥 ADR(Advance Decline Ratio)는 이날 130%까지 올라 균형을 넘어 과매수 구간에 진입했다. ADR는 상장사의 매도세 혹은 매수세 쏠림 여부를 보여준다. 100%인 경우 상승종목과 하락종목이 균형을 이룬 것으로 보고 120% 이상이면 과매수, 70% 아래면 과매도 상황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지난 5월 말 출시된 이후 7월 말 정부 대책이 나오기까지 두 달여간 코스닥 ADR는 주로 40~80을 오가는 과매도 구간에 머물러 왔을 정도로 수급이 좋지 않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한 달 새 시장에 숨통이 트였다는 분석이다.

현물뿐 아니라 코스닥 ETF에도 자금이 유입되는 추세다. 코스닥 ETF 중 순자산이 가장 많은 KODEX 코스닥150에는 4583억원이 지난 1개월간 신규로 들어왔다. 전체 ETF 중 5위다. 같은 기간 비슷한 성격의 상품인 TIGER 코스닥150에는 358억원이, ACE 코스닥150에는 78억원이 유입됐다.

올해 3월 첫선을 보인 코스닥 액티브 ETF에 유입되는 자금 흐름도 적지 않다. 1개월간 KIWOOM 코스닥150커버드콜액티브에 271억원이, KoAct 코스닥액티브에 125억원이, TIME 코스닥액티브에 28억원이, TIGER 기술이전바이오액티브에 21억원이, DS 코스닥액티브에 17억원이 유입됐다.

증권가에서는 코스닥의 밸류에이션(가치)이 코스피 대비 낮지만 반도체 소부장 중심의 정보기술(IT) 업종 실적 모멘텀이 차별화되고 있는 점을 주요 투자포인트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순자산총액, 거래대금이 감소하고 개인투자자는 반도체 쏠림이 완화됐다"며 "실적 모멘텀 차별화, 상장폐지 강화, 승강제 도입 등 제도 변화로 향후 수급도 양극화가 전망돼 코스닥은 액티브 ETF 투자가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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