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를 살릴 것인지 말 것인지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 판단을 앞두고 MBK파트너스·메리츠금융그룹의 DIP 파이낸싱(긴급자금대출)을 공익채권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여전히 안갯속이다. DIP 대출이 다른 회생채권에 비해 우선 상환되는 공익채권으로 유지돼 여당에서 주장해왔던 'MBK·메리츠의 분담 책임 강화'는 어려워진 것이다. 금융당국은 회생계획 인가 여부가 나오면 협력업체와 근로자·퇴직자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로 대응할 방침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지속적으로 언급해왔던 DIP 대출을 공익채권에서 제외하는 방안은 법 개정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익채권에서 제외하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지만 채무자회생법상 명확하게 규정돼 있어서 쉽지 않다"며 "채권자 스스로 안 받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제3자가 강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오는 2일 회생계획에 대한 채권자의 동의·판단을 받는 관계인 집회를 앞두고 있다. 관계인 집회를 통과하면 늦어도 4일까지는 법원에서 회생계획 인가 여부를 판단해 결론을 낸다.
홈플러스 회생절차 진행 여부 판단을 앞두고 DIP 대출 공익채권 논란이 커지는 건 MBK·메리츠금융 책임론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MBK·메리츠금융 또한 홈플러스의 경영 악화, 관련 채권 판매에까지 책임이 있다며 DIP 대출을 공익채권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2일 홈플러스 회생안 가결을 요구하는 기자회견도 열 계획이다.
채무자회생법상 DIP 대출은 공익채권에 해당돼 회생절차와 관계없이 수시로 변제된다. 특히 회생채권과 회생담보권에 우선해 변제토록 돼 있어 홈플러스가 수익을 내면 MBK·메리츠금융에 돈이 상환되는 구조다. 여당 정무위원들은 홈플러스 경영 악화에 책임이 있는 MBK·메리츠금융그룹이 일정 부분의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책임 분담을 이유로 DIP 대출을 공익채권에서 제외할 예외조항이 없는 데다 채무자회생법이 법무부 소관이라 금융당국에서 법 개정을 추진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법 개정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검토할 것을 지시했지만 주무부서가 법무부라 금융당국이 회생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에는 부담이 따른다.
이에 금융당국은 협력업체와 근로자·퇴직자 생계 안정을 위한 금융지원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시중은행들에는 협력업체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등 금융지원 확대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지난 7월6일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 관련 금융권 대응 점검회의'를 열고 피해 중소·중견기업에 최대 3000억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을 지원키로 했다.
법원의 홈플러스 회생계획 인가 여부가 나오면 금융당국도 점검회의를 열고 지원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다른 시장 안정 리스크보다 협력·납품업체, 근로자·퇴직자 피해가 크기 때문에 금융지원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홈플러스 임차 점포로 흘러간 대출금과 관련 대주단 협약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임차 점포 관련 대출이 바로 부실이 나지 않도록 만기연장·상환유예 등을 추진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홈플러스 채권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에 대한 '선배상', 하나증권 등 채권 판매사에 대한 제재절차도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하나증권 등 채권 판매사에 대한 검사를 마친 후 검사의견서를 송부했고 1차 양정안을 담은 사전통지서도 조만간 발송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