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복지부, 中군사기업 투자 리스크 '사실상 인정'…스크리닝 방안 검토

김지훈 기자
2026.09.02 15:38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 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 주장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8회 국회(임시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8.26/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의 중국군사기업(CMC) IPO(기업공개) 투자를 계기로 노후자산의 지정학적 리스크(위험) 노출 관리에서 개선점을 찾겠다는 입장을 국회에 전달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머니투데이 보도(☞[단독]국민연금, '美 전쟁부 블랙리스트' 中 AI장비기업 IPO 투자 참조)를 계기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지정학적 리스크 평가가 국민연금 투자심의 절차에서 공식 검토돼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고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투자 원칙 검토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CMC 지정 42일 뒤 국민연금 투자로 논란…국회서 지정학적 리스크 스크리닝 요구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 2026.7.7/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2일 국회에 따르면 복지부는 연금개혁 특별위 위원인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경기 포천시가평군)으로부터 국민연금의 투자심의 단계에서 지정학적·경제안보와 관련한 사전 스크리닝(선별) 기준 도입 등을 요구받고 개선책 등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국민연금이 투자 운용 관련 지침 개정 등을 통해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스크리닝을 검토하는 방안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7월 20일 블랙록 산하 펀드 등과 함께 총 2억5000만달러(3417억2500만원) 규모의 코너스톤 투자(상장 전 물량을 확정 배정받는 투자) 방식으로 중지이노라이트의 홍콩 증시 IPO에 참여했다. 중지이노라이트는 AI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광트랜시버(전기신호와 광신호를 서로 변환하는 장치)를 생산하는 중국 광통신 장비업체다. 이는 6월에 미국 전쟁부가 중지이노라이트를 포함한 65개 기업을 CMC 명단에 추가해 전체 지정 대상을 188개로 늘린 이후 시점에서 국민연금이 CMC 기업 투자에 나선 것이다. 국민연금이 CMC에 지정된 기업의 IPO에 신규 투자한 것이 확인된 첫 사례다. 미국에서는 6월 30일부로 CMC 지정 기업의 전쟁부 조달 사업 참여가 금지됐고 오는 2027년 6월부터 간접 조달 참여도 금지된다.

김 의원은 머니투데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미국의 안보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군사기업 투자는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 등으로 국민연금이 투자한 자산의 동결과 막대한 원금 손실을 부를 수 있는 위험한 행위"라며 "국민연금의 수익률 추구는 리스크 관리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이란 압박으로 재조명된 2차 제재 우려까지 제기
미국 중국군사기업(CMC) 지정 제도 개요/그래픽=이지혜

2차 제재란 제재 대상과 거래한 제3국의 기업·금융기관까지 제재하는 것을 말한다. 2차 제재는 미국 금융 시스템 접근 차단이나 자산 동결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은 지난달 이란에 대한 압박의 일환으로 이란과 특정 물품을 거래하는 다른 국가에 새로운 2차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현시점의 CMC 지정은 전쟁부 조달사업 참여 금지가 실효 규제로, 제3국 투자자에 대한 금융 제재나 자산 동결을 수반하지 않는다. 김 의원의 지적은 미중 경쟁 격화에 따른 추가 제재 가능성을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최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중국산 광트랜시버 수입 제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미중 갈등발 규제 위험이 부각된 상태다. 중지이노라이트는 7월30일 홍콩 증시에 상장했으며 국민연금이 투자한 물량은 IPO 이후 오는 2027년 1월 29일까지 매매할 수 없는 보호예수 대상에 속한다. 다만 국민연금의 개별 투자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정은경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김 의원으로부터 국민연금의 중지이노라이트 투자와 관련한 질의를 받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과 몇 가지 기준을 가지고 투자회사를 결정하는데 위원님 말씀 주신 부분은 저희가 내부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고 개선점이 있는지 마련을 하겠다"고 답했다. 국민연금의 홍콩 증시 IPO 투자와 관련해 불거진 지정학적 위험 가능성을 사실상 인정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은경, CMC 신규 투자 논란에 "알고 있고 금융투자 제한 대상은 아냐…개선점 마련하겠다"
[베이징=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일정을 마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배웅을 받으며 전용 차량으로 걸어가고 있다. 2026.05.15. /사진=민경찬

중지이노라이트는 CMC 지정 이후 42일이 지난 시점에서 국민연금이 IPO에 참여한 것으로 CMC 지정 이후 기업 IPO에 신규 투자한 사례가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 정 장관은 이번 사안을 인지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이 직접 투자한 게 아니라 운용사를 통해서 했고 (미국이) 금융투자를 제한한 기업이, 금지한 기업이 아니다 보니"라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아무리 운용사를 통해서 투자했다고 하더라도 국민연금이 투자하면서 미중 패권(경쟁)에 우리 정부가, 특히 국민연금이 지정학적인 리스크의 한복판에 올라 있는 것이다. 수익률이 좋으면 아무 기업에나 다 투자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미국의 연쇄 제재로 주가가 급락하거나 미국 내 금융거래 제한 등 2차 제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그런 지정학적 리스크 평가가 투자심의위원회에서도 공식적으로 다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정 장관은 "리스크 요인을 관리하는 것은 필요하기 때문에요. 위원님 주신 의견을, 저희 내부 기금운용본부의 투자 원칙에 대한 부분들은 한번 검토를 해 보겠다"고 했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정 장관 답변 이후 개선점 검토 등 구체적 진척 사항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한편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리스크 관리는 염두에 두되 최근 미국 공적연금식 중국 자본시장 철수와는 거리를 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일부 손실이나 회수 불가능성이 발생하더라도 중국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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