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인 첨단산업용 케이블체인 전문업체 씨피시스템이 최근 사모 CB(전환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CB는 조기상환 금리나 만기 금리를 모두 0%로 제시하고 있다. 조건이 발행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했음에도 회사의 안정성이 부각돼 코스닥벤처펀드와 IPO(기업공개)벤처펀드 등 정책자금이 몰렸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씨피시스템은 100억원 규모 제2회차 무기명식 무이권부 무보증 사모 CB 발행을 위한 자금 납입을 지난 3일 완료했다. 해당 CB는 5년 만기 상품으로 대표 주관사는 없다. 조달자금은 전액 제2공장 설립에 필요한 생산설비 등 시설투자에 사용된다.
CB는 씨피시스템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으로 설계됐다. 표면이자율과 YTM(만기상환수익률), YTP(조기상환수익률)는 모두 0%다.
전환가액 역시 씨피시스템의 입장을 반영했다. 전환가액은 5106원으로 4000원대 초반에 형성된 지금의 주가 대비 20% 가량 높은 수준이다. 주가 하락에 따른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조항도 없다. 전환청구는 내년 9월부터 만기 1개월 전까지 가능하지만 주가가 오르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이 원금 이상의 차익을 벌어들일 방법은 없다.
전환청구 가능 물량(발행물량의 50%)을 제외한 나머지 50%에 대해 씨피시스템 측은 발행일로부터 1년째부터 2년 6개월이 되는 때까지 매도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씨피시스템이 YTC(중도상환청구권 보장수익률) 1% 금리를 지급하기로 했다. 2년 6개월 이후부터는 투자자들이 조기상환(풋옵션)을 청구할 수 있다.
씨피시스템의 CB는 지난달 26일 이사회 결정에 따라 일정대로 발행됐다. 하지만 최근 메자닌 발행 시장에서는 투자금을 모으지 못해 일정이 조금씩 미뤄지거나 발행 규모가 줄어드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CB 조달 계획을 세운 한 업체는 발행 규모가 최대 예정금액에서 약 100억원 줄어들었다. 이사회 결의일도 이달 초에서 미뤄진 상태다.
업계에서는 씨피시스템의 CB가 안정적인 재무 상태와 성장 가능성을 조명받으면서 완판된 것으로 보고 있다. 씨피시스템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21억원, 영업이익은 24억원을 기록했다. 부채총계는 37억원으로 부채비율은 8.3%로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코스닥벤처펀드(코벤펀드)와 IPO벤처펀드 등 정책자금 수요도 몰렸다. 코벤펀드와 IPO벤처펀드는 운용자금의 일부분을 벤처·중소·중견기업 등의 신주나 구주에 각각 투자해야 한다. 씨피시스템 CB에 투자한 펀드는 총 14개로 각각 5억~15억원을 투자했다. 코벤펀드는 리이노스, ACE, 아트만, 코람코, 파인밸류, 프라핏리치리치, 파로스, 에이치알다빈치, 엘엔에스, IPO벤처펀드는 비엔비, 마스터 등이다. 펀드를 중개한 신탁업자는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이다.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씨피시스템의 CB는 대표주관사도 없고 자금조달 조건은 대출보다 좋은데 이는 기관투자자들의 수요를 애초에 감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사모 CB에 정책 펀드 자금이 쏠리는 현상에 대해 금융위원회도 제도 도입에 앞어 취지가 왜곡될 가능성을 우려한 바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