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업계 종사자들의 우울 [PADO]

테크 업계 종사자들의 우울 [PADO]

PADO 국제시사문예지
2026.09.05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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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노에마 매거진의 8월 6일자 에세이는 AI 등장과 함께 심해지고 있는 테크 업계 사람들의 '우울'을 담담하게 스케치합니다. 이 글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일터에서 지식노동자들이 서로 교류하는 모습이 AI의 등장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구체적인 것을 만지고 만들어내기 보다는 추상을 다루고 추상을 생산해내는 지식노동은 안 그래도 우울해질 가능성이 높은 직종인데 AI의 등장으로 사람과 사람의 교류가 더욱 차단되고 AI만 상대해가며 추상을 빠르게 대량으로 생산해낼 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업무 외로 뜨개질을 하는 등 취미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 에세이를 보면 이는 단지 AI 등장의 결과일수도 있지만, 좀 더 넓게는 공사를 막론하고 확대되고 있는 현대사회의 '관료제 확대'의 경향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큰 그림 전체를 볼 수도 없이 주어진 작은 일들을 하나의 부품처럼 해나가는 관료적 삶이 AI로 더욱 증폭되었다고 보는 것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래픽=PADO(생성AI 사용)
/그래픽=PADO(생성AI 사용)

어느날 아침 출근길에 나는 열차에서 테이블을 공유하는 어색한 4인승 좌석에 앉았다. 맞은편에는 전형적인 직장인이 앉아 있었다. 30대 초반, 면바지에 드레스 셔츠, 때 묻은 하얀 스니커즈, 조금 헝클어진 머리에 귀에는 에어팟을 꽂고 맥북 화면의 불빛에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30분이 넘도록 나는 그 젊은 남자의 전화 통화를 들었다. 그는 듣기 괴로울 만큼 단조로운 말투로 EBITDA, 마진 확대 가능성, 비용 구조, ARR 따위를 시시콜콜 설명했다. 열차의 브레이크가 끼익 소리를 내며 종착역 도착을 알릴 때까지 그는 끝없이 말을 이어갔다. 주위 사람들이 모두 내리려고 부산스레 움직이기 시작할 때, 남자는 황급히 옆에 둔 가죽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흥미롭군! 대체 뭘 꺼내려는 걸까. <아주 작은 습관의 힘>? 게리 비(Gary V)의 사진 액자? 오픈클로(OpenClaw)가 구동되는 맥 미니?

어느 것도 아니었다. 그가 꺼낸 것은 기다란 뜨개바늘 두 개였다. 바늘 사이에는 소복한 분홍털실 더미가 달려 있었다. 조카에게 줄 겨울 모자를 뜨고 있다고 그가 설명했다. 그날 아침 처음으로, 그의 눈빛에 뿌듯함과 생기가 비쳤다.

털모자는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뭔가를 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요즘 주변의 지식노동자 동료들에게서 이런 말을 점점 더 자주 듣는다. 도예나 그림, 코바늘뜨기 같은, 옛날식 아날로그 취미를 시작하고 싶다는 사람들이다. 카페에서, 불빛이 희미한 바(bar)의 구석에서, 전문직 종사자들이 모여 앉아 "사라져 버리고 싶다", "어디 시골 농장에 가서 살고 싶다", "세상과의 연결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서로 털어놓는다. 그저 허황된 공상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의 삶에서 벗어나려는 탈출의 비전이며, 그것을 나누는 목소리에는 깊숙이 깔린 실존적 불안, 즉 일과 출세 지향적 삶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배어난다. 이 회의는 갈수록 많은 이들이 겪는 것으로 보이는 한 가지 경험에서 기인한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자신이 실존의 벼랑 끝에 서 있고, 그와 함께 불현듯 지식 노동이 무의미하다는 생각, 아니 어쩌면 그것은 애초부터 줄곧 무의미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엄습하는 경험이다.

(계속)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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