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이 공개하는 정보는 많아졌지만 투자자가 기업의 실적과 사업 변화를 한 흐름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중요한 숫자와 그 숫자가 나온 이유가 사업보고서와 수시공시, 실적발표자료(IR) 등에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문서마다 목적이 다른 만큼 정보가 나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정작 투자판단에 필요한 정보 사이의 연결고리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7일 머니투데이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두산에너빌리티, 카카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대표 상장사 7곳의 주요 공시와 IR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중요 투자정보가 사업보고서와 수시공시, 실적발표자료 등에 조각처럼 흩어져 있어 기업의 실적과 사업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투자자가 이를 직접 연결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7개 상장사는 반도체·자동차·배터리·플랫폼·원전·방산 등 사업구조가 다르고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기업들이다.
기업의 연간 영업이익을 좌우할 정도의 핵심 정보도 여러 공시자료를 맞춰봐야 전체 그림이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생산보조금은 지난해 영업이익의 122%에 달했고, 현대자동차의 미국 관세 영향은 영업이익의 36%에 해당하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실적과 이를 좌우한 요인, 구체적인 재무영향은 사업보고서와 거래소 공시, 실적발표자료(IR) 등에 나뉘어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월 한국거래소 공시를 통해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3461억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업보고서를 들여다보면 이익을 구성하는 또 다른 숫자가 나온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 1조6468억원이 기타영업수익에 반영됐다. 회사의 연간 실적 IR자료는 두 숫자의 관계를 한 단계 더 풀어준다. IR자료에는 북미 생산보조금을 제외한 지난해 영업손익이 3010억원 적자로 제시돼 있다.
세 숫자는 같은 회사의 같은 실적을 설명한다. 거래소 공시는 회사의 연간 영업실적을 신속하게 알리고, 사업보고서는 확정된 재무제표와 보조금의 회계 반영 내용을 담는다. IR자료는 한발 더 나아가 보조금을 제외한 실적까지 별도로 보여준다. 각각의 문서는 제 역할을 하고 있지만 투자자가 회사의 실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여러 자료를 오가며 숫자의 관계를 직접 연결해야 한다.
현대차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난다. 지난해 미국 관세는 회사 실적을 좌우한 핵심 변수였다. 회사의 연간 실적 IR자료에 따르면 미국 관세가 영업이익에 미친 부정적 영향은 4조11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1조4679억원의 35.8%에 해당하는 규모다. 사업보고서에서도 미국 관세를 주요 경영환경과 위험요인으로 설명하지만 실제 영업이익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쳤는지를 파악하려면 IR자료까지 찾아봐야 한다.
국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도 '연결된 정보'(Connected Information)를 강조한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IFRS S1(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 공시 일반요구사항)은 서로 다른 정보의 관계를 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불필요한 정보의 중복은 피하도록 요구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설명과 교차참조를 제공하고 데이터와 가정, 측정단위도 일관되게 사용하도록 한다.
문제는 정보가 여러 문서에 나뉘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이 정보들이 △무슨 일이 있었나 △실적에 어떤 영향을 줬나 △회사는 이를 어떻게 설명하나와 같은 하나의 흐름으로 쉽게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먼저 나온 공시와 나중에 나온 재무정보를 투자자가 쉽게 추적할 수 있는 연결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사한 정보를 반복해서 제공하는 문제도 있다. 분석 대상 7개사에서도 사업 현황이나 지배구조 등 일부 정보가 사업보고서와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등 여러 문서에 걸쳐 나타났다. 필요한 정보의 연결은 부족한데 유사한 설명이 여러 문서에 반복되면 투자자가 읽어야 할 정보만 늘어날 수 있다.
공시의 '분산'과 '단절'은 다르다. 정보가 목적에 따라 여러 문서에 나뉠 수는 있지만 투자자가 그 관계까지 직접 추론해야 하는 구조는 개선돼야 한다. IFRS(국제재무보고기준)재단도 공시의 연결성을 투자자가 기업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서로 다른 공시를 없애는 게 아니라 투자자가 정보 사이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핵심이다.
김훈정 광교회계법인 회계사는 "투자자들이 하나의 사건과 그에 따른 재무적 영향을 쉽게 추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불필요하게 반복되는 정보는 줄이고 서로 다른 공시에 있는 핵심 정보는 교차참조 등을 통해 연결하는 방향으로 공시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