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베어허그도 과하면 독?…주주 보호와 거래 지연 사이

조철희 기자, 김나경 기자
2026.10.14 17:07

이사회 설명책임 강화하되 질문·기간 연장 남용 경계…日 지침도 과도한 정보 요구에 제동

공개매수 제도 개선, 베어허그 법안과 금감원 용역보고서 비교/그래픽=이지혜

'한국형 베어허그제' 입법 과정에서 대상회사의 공개질문·기간 연장 요청 권한을 어디까지 허용할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금융감독원 용역보고서는 주주 판단을 돕기 위해 이를 제안했지만, 일본 등 해외에서는 정보 요구가 인수를 막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설명할 책임과 시간 끌 권한은 달라…질문·연장 요건이 쟁점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금감원의 '최근 경영권 분쟁 관련 제도 개선방안' 용역보고서는 공개매수 제도 개선의 취지를 주주의 '정보에 기한 결정'을 촉진하는 데 뒀다. 이사회의 입장과 판단 근거를 공개해 주주가 공개매수에 응할지 스스로 결정하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한국형 베어허그 입법의 핵심인 이사회 의견표명 의무화도 이 같은 방향과 맞닿는다. 다만 이사회가 주주에게 설명할 책임을 지는 것과 인수자에게 정보를 요구하거나 거래 일정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구분해서 살펴볼 문제다. 보고서가 제시한 공개질문·답변과 일정한 경우 공개매수기간 변경·연장 요청은 설명책임 강화에서 한발 더 나아간 제안이다.

용역보고서는 의견표명 의무화 자체를 M&A의 걸림돌로 보지는 않았다. 이사회의 의견표명이 우호적 인수·합병(M&A)에서는 주주 설득을 도와 거래를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봤다. 적대적 M&A에서도 잘못된 정보나 불합리한 의견 제공에 따른 이사의 책임 때문에 바람직한 거래를 위축시키는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공개질문과 기간 연장 역시 주주에게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고 검토할 시간을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추가 정보가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질문을 반복하거나 절차를 늘릴 수 있다면 인수자의 비용과 거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주의 판단을 돕기 위한 절차가 기존 경영진의 지위를 지키는 수단으로 쓰일 가능성을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현재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K자본시장특별위원장이 대표발의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는 공개질문·답변이나 기간 연장 요청 조항이 없다. 핵심은 해당 정보와 추가 시간이 주주의 선택에 꼭 필요한지다. 인수 조건의 불분명한 부분을 확인하려는 질문과 이미 답한 내용을 반복해서 요구하는 질문을 구분하고, 기간을 연장할 때는 그 사유를 설명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앞으로 입법 과정의 검토 과제로 꼽힌다.

'한국판 베어허그제'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그래픽=김현정

日 지침 "과도한 질문으로 인수 막아선 안 돼"

일본 경제산업성은 2023년 '기업인수 행동지침'에서 대상회사가 지나치게 상세한 질문을 하는 것이 사실상 경영권 인수를 저지하는 수단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사외이사에게도 이를 적절히 감독하도록 주문했다. 법적 의무와 별개로 정보 요구의 남용을 경계하는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영국 자산운용사 애셋밸류인베스터스(AVI)는 당시 경제산업성 연구회에 제출한 의견에서 끝없는 정보 요구로 인수를 위축시키거나 부당하게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인수 제안을 거절한 경영진은 객관적인 거절 사유와 기존 경영진이 더 높은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이유를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실제 M&A 협상에서도 정보 제공과 검토 기간은 갈등 요인이 됐다. 캐나다 편의점 기업 알리망타시옹 쿠슈타르는 지난해 7월 일본 세븐앤아이홀딩스 인수 제안을 철회하며 불충분한 정보 제공과 협상 지연을 이유로 들었다. 세븐앤아이는 성실하게 협상했으며 독점금지 심사의 높은 장벽과 장기간의 심사 가능성을 설명해왔다고 반박했다. 공개질문·답변 제도와는 별개의 협상 사례지만 주주를 위한 검토와 시간 끌기의 경계가 실제 협상에서도 쟁점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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