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SK하이닉스의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 추진과 관련해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에) 저촉된다고 판단한다"며 SK하이닉스에 주주 우려를 전달하는 등 최대한의 조치를 하겠다고 19일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솔리다임 나스닥 상장에 관한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중복상장에 저촉된다는 판단은 금융위원회도, 저희도 하고 있다"며 "다만 국내 증권신고서 (심사) 대상이 되느냐는 부분이 있어 금융위로부터 유권해석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세밀하게 검토해서 적절한 조치가 가능한 부분은 최대한 하도록 할 것"이라며 "가능하면 SK하이닉스 쪽에도 적절한 방식으로 우려사항을 전할 수 있도록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재계와 외신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IPO(기업공개)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내년 미국 나스닥 상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사업을 90억달러에 인수해 미국에 세운 회사로,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의 약 9%를 차지한다. 솔리다임이 나스닥 상장으로 자체 자금을 조달하면 SK하이닉스의 자금 부담을 덜 수 있다.
하지만 SK하이닉스 주주들은 중복상장에 따른 기업가치 할인과 기존 주주의 이익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지난 6월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에 낸 상장 서류에서 자회사 상장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에 대해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중복상장 문제가 해외로까지 확장되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규정하며 "기업가치 중복 할인과 기존 주주의 경제적 이익 희석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데 금감원이 기존 주주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을 분석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박 의원은 "SK하이닉스가 미국 SEC에는 자회사 중복상장에 따른 주가의 부정적 영향을 아주 상세히 설명했다. 웨이퍼 공급가격 하나만 봐도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 주주 간 이해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현재 중복상장으로 주주 보호 의무를 위반하면 최대 20억원, 1일 거래정지 조치가 내려지는데 이래서 제재의 실효성이 확보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중복상장으로 주주 보호 의무를 위반해도 기업이 받는 제재가 너무 가볍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국내 투자자에게 제공된 정보가 정확하고 충분한지, 주주 보호 절차는 마련돼 있는지, 내부거래에 따른 이해충돌 위험은 없는지 금감원이 앞장서서 점검하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공시해 줘야 한다"며 "특히 해외 상장은 국내 거래소가 직접 상장심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 모회사의 이사회 의결 절차와 공시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솔리다임 상장 전후 SK하이닉스의 보유지분 가치 변동과 기존 주주의 경제적 이익 훼손 정도를 SK하이닉스 주주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동수 국회 정무위원장도 "투자자와 자본시장의 초미의 관심사"라며 "금감원과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 상장과 관련해 협의하거나 보고받은 것이 있다면 국회에도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