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558조 시대, 이찬진 "오래·나누어·꾸준히 3원칙 노후 보장"

김나경 기자
2026.11.03 16:00

금감원, 제1회 퇴직연금 오래오래 캠페인 개최
원리금보장형 운용 가입자수 47%
실적배당형 확대됐지만 '단기매매' 행태
이찬진 원장 "장기적 관점에서 분산 투자"

퇴직연금 적립금이 558조원까지 불어난 가운데 금융당국이 연금 가입자들에게 '오래·나누어·꾸준히' 3대 운용원칙을 적극 당부했다.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용하는 가입자가 전체의 47%에 달하는 데다 ETF(상장지수펀드) 단기매매가 잦은 만큼 장기·분산 투자로 노후 보장이라는 연금 기능을 제대로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제1회 퇴직연금 오래오래 캠페인 출범식'을 열고 "시장의 파도는 우리가 정할 수 없지만, 그 파도를 어떤 배로 건널지는 우리가 정할 수 있다. 오래, 나누어, 꾸준히 세 가지 원칙이 노후를 지켜줄 배"라며 퇴직연금 장기·분산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558조3000억원으로 연평균 14.3%씩 늘고 있다. 특히 주식시장 호황 등으로 올해 1~7월 DC(확정기여)형 전환 가입자가 전년 동기 대비 118.1% 증가했다. 적립금 중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은 2023년 말 12.8%에서 올 상반기 말 35.5%로 늘었고, ETF 투자 규모는 99조8000억원으로 2023년 말의 11배로 확대됐다.

ETF를 중심으로 실적배당형 상품이 늘었지만 적립금 전액을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하는 가입자 비중은 46.9%로 여전히 높다. 적립금 절반 이상을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가입자는 33.9%로 집계됐다. 이 원장은 "퇴직연금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분산 투자하는 것이 중요한데 현실을 살펴보면 과도한 단기매매와 특정 자산군 쏠림 등 장기·분산 투자와 거리가 있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며 "지나치게 잦은 매매는 거래비용을 높이고 오히려 투자성과를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금감원은 가입자들이 퇴직연금 운용의 어려움을 덜고 장기적 관점에서 자산배분 투자를 실천할 수 있도록 이번 캠페인을 기획했다. 이 원장은 "막상 관심을 가져도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것이 현실이다. 저 역시 디폴트옵션을 직접 선택하고 설정하는 과정에서 40분가량 헤맸던 경험이 있다"면서 "캠페인은 누구나 쉽게 연금관리를 시작할 수 있도록 배우고, 열어보고, 키우고, 이어가는 네 가지 방향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캠페인은 교육과 실천을 연계한 것이 특징이다. 금감원은 'LONG'으로 이름 붙인 L(Learn·배우고), O(Open·열어보고), N(Nurture·가꾸고), G(Grow·이어가는) 4가지 방향에 따라 캠페인을 전개한다. 구체적으로 △생애주기별 퇴직연금 가이드북 교육 활용 △매년 11~12월 '연금 채움 주간' 운영으로 적립금 확인 △매년 5~6월 '연금 가꿈 주간'에 수익률 등을 담은 투자백서 발간 △참여기관 실무협의체를 통한 캠페인 참여 확대 등을 추진한다.

금감원은 각 업권 금융협회, 퇴직연금사업자와 함께 퇴직연금 가이드북도 발간했다. 노후 준비 상태 자가진단부터 제도 선택, 적립금 운용, 연금 수령까지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정보를 종합해 안내한다. 투자 원칙과 자산배분 사례 등을 담아 가입자가 스스로 따라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금감원은 가이드북을 관계기관 홈페이지 등에 게시해 가입자의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금감원 통합연금포털도 개편한다. 가입자들이 합리적으로 투자 결정을 할 수 있도록 TDF(타깃데이트펀드) 빈티지별 수익률 순위를 신설하는 등 연금상품 비교·검색 기능을 강화한다. 내년에는 히트맵(사업자 성과를 색깔로 시각화) 기반 비교공시 체계로 전환해 종합 정보 플랫폼으로 개선한다.

이 원장은 "달에 첫발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의 발걸음은 한 사람에게는 작은 걸음이었지만 인류 전체에게는 큰 도약이 됐다"며 "내 퇴직연금 계좌를 한 번 열어보는 것, 어디에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 이 작은 한 걸음이 국민 노후를 바꾸는 의미 있는 변화의 시작"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출범식에는 한국노총·민주노총, 학계 전문가, 4대 금융협회장, 은행·증권사·보험사 대표, 박홍배·김재섭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장기투자 문화 정착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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