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2%대 반등한 코스피가 하루 만에 3%대 하락세로 돌아섰다. AI(인공지능) 투자 수익성 우려에 기술주를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됐고 외국인과 기관이 2조원어치 넘게 동반 순매도했다. 이날 밤(한국시간) 미국에서는 중간선거 투표가 시작되고 반도체 기업 AMD가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그 결과에 따라 투자심리가 회복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10.29포인트(3.59%) 내린 5648.79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2~4%대 하락 폭을 오가며 변동성 장세를 나타냈다. 5715.19로 출발해 5700선을 지켰으나 이내 3%대 떨어지며 5600대에서 거래됐다. 이후 기타법인 순매수에 힘입어 한때 5730선을 회복하기도 했지만 장중 낙폭을 4%대로 키우며 5615.80까지 내렸다.
증권가에서는 간밤 미국 증시에서 부각된 AI 투자에 따른 자본 부담이 이날 코스피를 끌어내린 것으로 진단한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합의가 급물살을 타며 WTI(서부텍사스산원유)가 7%대 급락했지만 AI 투자 수익성 우려가 피어오르며 기술주 중심으로 매도세가 나타났다. S&P500지수는 전장보다 38.67포인트(0.51%) 내린 7541.40, 나스닥종합지수는 272.68포인트(1.07%) 내린 2만5164.32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는 213.67포인트(0.41%) 오른 5만1983.98에 마감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오라클이 AI 인프라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유상증자(보통주)와 회사채로 각각 100억달러씩, 총 200억달러(약 27조원)를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는 소식이었다. 오라클 주가는 8.8% 급락했고 반도체주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5.80%), AMD(-7.52%), 인텔(-8.83%), Arm(-4.57%) 등이 동반 하락했다.
같은 날 앤트로픽은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의 12배를 웃돌았다고 발표했지만, 구매 약정과 리스 계약에 따른 총지출 약정이 8954억달러(약 1200조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AI 투자를 위한 자금 부담이 부각됐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의 협상 기대에 국제유가와 미국 장기금리가 하락했음에도 기술주가 약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시장은 금리 하락보다 AI 투자비 회수와 자금조달 부담에 주목하는 모습"이라며 "AI 인프라 수요에 대한 기대는 유지되고 있으나 투자 확대에 수반되는 부채 증가와 지분 희석 부담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5298억원, 514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은 1조664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 자사주 매입 물량으로 추정되는 기타법인은 365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SK하이닉스의 2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은 지난달 29일 시작해 내년 1월 말까지 진행된다.
업종별로는 의료·정밀기기가 7%대 급락했다. 기계·장비가 5%대, 전기·전자는 4%대 약세로 마감했다. 화학과 건설은 3% 이상 내렸다. 금속, IT(정보기술) 서비스, 증권, 보험은 2% 이상 하락했다. 유통, 운송·창고, 섬유·의류 등은 1% 이상 떨어졌다. 운송장비·부품, 전기·가스, 통신, 부동산 등은 약보합에 머물렀다. 종이·목재, 제약, 음식료·담배 등은 강보합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4%대, 5%대 하락하며 '22만전자'와 '140만닉스'를 지키지 못했다. SK스퀘어와 LG에너지솔루션은 5%대, 삼성전기는 7%대 급락했다. 현대차와 삼성생명은 3% 이상 떨어졌다. 삼성물산은 2%대, KB금융은 1%대 내렸다. 시총 상위 10위 내 종목 중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나 홀로 2%대 상승 마감했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29.97포인트(4.08%) 내린 704.39에 마감했다.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763억원, 234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은 319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업종별로는 기계·장비가 6% 이상 떨어졌다. 기계·장비, 비금속, 전기·전자는 5%대 미끄러졌다. 금속, 제조는 4%대, 운송장비·부품, 금융, 의료·정밀기기는 3%대 하락했다. 화학, 유통, 건설, 제약은 2% 이상 내렸다. IT 서비스와 섬유·의류는 1% 이상 떨어졌다. 통신은 약보합, 운송·창고와 종이·목재는 강보합으로 마감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시총 상위 10종목 중 9개가 하락 마감했다. 이오테크닉스가 8%대, 주성엔지니어링과 원익IPS가 7%대 급락하는 등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주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시가총액 상위 10위인 리노공업은 6%대 하락했다. 장중 11위인 삼천당제약보다 더 큰 낙폭을 보이며 한때 10위와 11위 자리가 바뀌기도 했다. 알테오젠이 강보합으로 유일하게 상승 마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2.8원 내린 1341.0원에 주간거래를 마감했다.
4일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는 3일(현지시간) 미국 중간선거와 정규장 마감 후 발표되는 AMD 실적 등이 꼽힌다. 중간선거는 한국시간으로 이날 밤 투표가 시작돼 4일 오전 10시쯤 동부 지역 대부분에서 투표가 끝날 것으로 보인다. 서부 지역은 오후 1시쯤까지 투표가 이어진다. 국내 정규장 동안 투표가 진행되는 만큼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빅테크가 이번 3분기 실적 발표에서 AI 투자 수익성 우려를 씻어내지 못한 가운데 AMD가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임정은·태윤선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2018년 중간선거 이후와 유사한 증시 조정 우려가 확대되고 있으나,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조 변화 기대가 낮고 데이터센터 규제가 투자 위축으로 직결될 가능성도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과거 대비 덜 흔들리는 연말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선 중간선거를 계기로 국내 증시가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반등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준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00년 이후 치러진 중간선거 6차례 모두 11월 코스피는 평균 4.7% 상승하며 전체 11월 평균(2.30%)의 두 배를 기록했다"며 "선거를 앞두고 정치·매크로 불확실성이 누적돼 온 만큼 일정 통과 후 완화가 기대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