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스닥 기업에 코스피보다 높은 공모주 사전배정 한도를 주기로 했지만 정작 자금조달이 절실한 중소기업에는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배정기회가 늘어도 장기간 주식을 팔 수 없는 부담 때문에 기관투자자들이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은 우량기업에만 몰릴 수 있어서다.
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은 코너스톤 투자자 사전배정 한도를 일반 기관투자자 배정물량의 최대 30%(코스닥)로 코스피(20%)보다 높게 정했다. 공모규모가 작은 코스닥 기업도 장기투자 기관을 확보하기 쉽도록 하려는 취지다. 하지만 코스닥은 정책펀드 몫이 많아 일반 기관투자자 몫 자체가 적다. 전체 공모주 물량으로 환산하면 코스피는 최대 10%, 코스닥은 4.5~10.5%로 실제 비중에선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배정기회가 늘어난다고 실제 투자할 기관까지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코너스톤 투자자는 배정받은 주식을 최장 10개월 동안 팔 수 없어 그사이 주가가 떨어져도 손실을 줄이기 어렵다. 기관은 장기간 주식을 팔 수 없는 만큼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뿐 아니라 상장 이후 주가변동 위험까지 따질 수밖에 없다.
이런 부담은 중소형 코스닥 기업에 더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실적이 안정적이고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쉬운 기업과 달리 사업전망이 불확실한 중소형 기업은 기관의 장기투자 약속을 받아내기 어렵다. 공모규모가 작은 기업은 배정한도를 높여도 실제 배정할 수 있는 주식수가 적다는 한계도 있다. 기관 입장에서는 확보할 수 있는 물량은 많지 않은데 장기간 매도제한까지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제도를 먼저 운용한 홍콩에서도 장기보유 부담이 기관참여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홍콩거래소는 2024년 12월 공식협의 문서에서 6개월 매도제한을 완화하면 코너스톤 투자자로 참여하려는 기관이 늘어날 수 있다는 시장의견을 소개했다. 배정주식의 절반을 상장 3개월 후부터 팔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늘 가능성이 있다는 반론에 부딪쳐 기존 규정을 유지했다.
박상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의 도입과 과제' 보고서에서 "장기간의 자금제약으로 코너스톤 투자자의 참여유인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제도시행 이후 효과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인 실적과 성장전망을 갖춘 코스닥 우량기업에는 도움이 되더라도 투자위험이 큰 중소형 기업에는 혜택이 제한될 수 있다"며 "정부가 코스닥의 배정한도를 더 높였지만 정작 자금조달 지원이 필요한 기업들이 제도를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