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났네? 꾹 누르니 사라졌다"...방치하면 장까지 썩는 '이 병'

홍효진 기자
2026.09.02 13:41

[의료in리포트]
탈장 환자 5년간 증가세
사타구니 '혹' 방치하면 괴사
이른둥이 탈장 발병률 30%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장이 빠져나온다'는 뜻의 탈장은 의외로 흔한 외과 질환이다. 서혜부(사타구니)나 대퇴부, 배꼽 부위 등이 돌출되거나 통증이 지속되며 영유아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증상을 방치할 경우 장 괴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빠른 진단과 진료가 중요한 질환으로 꼽힌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탈장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우리나라 환자 수는 최근 5년(2021~2025년)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기준 국내 탈장 환자는 2021년 9만2334명에서 2025년 10만8005명으로 늘었다.

탈장은 복강 내 장기나 지방조직 등이 복벽의 약한 틈으로 밀려 나오는 질환이다. 비만, 임신, 만성 변비 등으로 복압이 높아지는 경우 발병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고강도 운동을 할 때 복압이 급상승해 탈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주된 증상은 돌출과 통증이다. 돌출 부위는 서 있거나 걷고 힘을 줄 때 두드러지고 누우면 다시 들어가거나 돌출 부위 크기가 줄어들기도 한다. 튀어나온 곳을 손으로 누르면 들어가기도 해 일시적인 근육통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적잖다. 그러나 방치할 경우 돌출된 조직이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는 감돈(嵌頓)이 발생하고 혈류가 차단돼 장 괴사로 이어질 수 있다.

탈장은 발생 위치에 따라 서혜부 탈장, 대퇴 탈장, 배꼽 탈장, 절개 탈장 등으로 나뉜다. 가장 흔한 건 서혜부 탈장으로 전체 환자의 약 90%가 남성으로 알려져 있다. 허건웅 한양대교육협력병원 센트럴병원 외과 교수(부장)는 "남성은 태아기에 고환이 복강에서 음낭으로 내려오며 서혜부 통로를 지나기 때문에 해당 부위에 구조적 약점이 남을 수 있다"며 "나이와 복압 상승 등 위험 요인이 더해지면서 탈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탈장 발생기전. /사진=질병관리청

여성의 경우 대퇴부에서 발생하는 대퇴 탈장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뚜렷한 돌출보단 서혜부 통증이나 묵직함 등 비특이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진단이 늦어지기도 한다. 대퇴 탈장은 마르고 나이가 많은 여성에게서 잘 발생하며, 좁은 공간을 통해 돌출되기 때문에 감돈이나 혈류 장애로 인한 조직 괴사 위험이 높다.

소아에서도 탈장은 생소한 질환이 아니다. 소아 탈장의 대부분은 서혜부에서 발생하며 이른둥이(미숙아)의 탈장 발병률은 30%까지 높아진다. 성별로는 남아에서 여아보다 6배가량 더 많이 발생한다. 감돈 탈장으로 진행 시 통증과 함께 구토, 복부 팽만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한지원 국제성모병원 소아외과 교수는 "감돈 탈장은 치료 시기가 예후를 좌우하는 대표적 응급질환"이라며 "치료가 늦어지면 장 괴사 등 심각한 합병증 위험이 커지는 만큼 의심 증상이 있다면 지체없이 진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약해진 복벽은 약물이나 생활 습관만으로 회복되긴 한계가 있다. 통증이나 불편감이 지속되고 돌출 부위 크기가 커지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수술은 돌출 조직을 원래 위치로 되돌린 뒤 약해진 복벽을 보강하는 방식으로 시행한다. 최근엔 작은 절개를 통한 복강경을 이용해 복벽 안쪽에서 접근하는 수술을 활용한다. 수술 방식은 발생 위치와 크기, 재발 여부, 과거 복부 수술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허 교수는 "탈장은 발생 위치·유형에 따라 증상이 다양해 환자 혼자 감별하기 어렵다"며 "돌출과 서혜부·복부 통증이 반복된다면 전문의 진료를 통해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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