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FcRn'(신생아 Fc 수용체) 항체 신약에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의 눈길이 쏠린다. 개념 검증을 넘어 신경면역·혈액·피부질환을 아우르는 허가·임상 성과가 잇따르며 적응증 확장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존슨앤드존슨(J&J)의 FcRn 항체 신약 '임마비'(성분명 리포칼리맙)가 온난항체형 자가면역용혈성빈혈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했다. 지난해 중증근무력증 치료제로 승인받은 데 이어 적응증을 확장한 것이다.
지난해 FDA로부터 중증근무력증과 만성 염증성 탈수초성 다발성 신경병증을 적응증으로 승인받은 아제넥스(Argenx)의 FcRn 항체 신약 '비브가르트'(성분명 에프가티지모드)도 외연 확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최근 자가면역성 근육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임상 3상(ALKIVIA)에서 1차 평가지표를 달성하는 데 성공하며 FDA에 적응증 추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아제넥스는 쇼그렌증후군, 원발성 면역성 혈소판감소증, 그레이브스병 등 내분비 및 류마티스 영역으로 임상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FcRn은 체내 면역글로불린G(IgG) 항체가 분해되지 않고 다시 혈액으로 순환하도록 돕는 수용체다. FcRn 항체 신약은 FcRn의 작용을 차단해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하는 병원성 IgG의 재순환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작용한다. 특정 장기에 국한하지 않고 IgG가 관여하는 다수의 자가면역질환에 공통 적용할 수 있어 시장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벨류에이트파마는 'World Preview 2026' 보고서에서 면역체계가 자기 몸을 공격해 발생하는 여러 질환에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는 비만 치료제에 견줄 수 있는 주요 성장 분야"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모더 인텔리전스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이 올해 약 110조원에서 연평균 5.19% 성장해 2031년 1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한올바이오파마의 FcRn 항체 신약 후보물질 '아이메로프루바트(IMVT-1402)'가 적응증 확장의 중심에 있다. 아이메로프루바트는 한올바이오파마가 개발해 2017년 로이반트에 기술이전한 물질로, 지금은 로이반트의 자회사 이뮤노반트를 통해 글로벌 임상이 전개되고 있다. 중증근무력증과 만성염증성탈수초다발신경병증을 비롯해 그레이브스병, 난치성 류마티스관절염, 쇼그렌증후군, 피부홍반성루푸스 등 미충족 수요가 큰 6개 적응증을 대상으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올 하반기에는 이 중 난치성 류마티스관절염 등록임상과 피부홍반성루푸스의 임상 2상 탑라인(주요 지표)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다. 난치성 류마티스관절염은 여러 치료제를 사용해도 증상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경우로 전체 환자의 5~20%를 차지한다. 아이메로프루바트는 2개 이상의 생물학적 제제에 반응하지 않는 극난치성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적 효과를 평가하고 있다.
피부홍반성루푸스는 50년 이상 승인된 새로운 치료제가 없어 미충족 수요가 높은 질환으로 꼽힌다. 아이메로프루바트가 FcRn 계열 신약 중 유일하게 이를 적응증으로 개발되고 있어, 새로운 영역 확장을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FcRn 치료제가 자가면역질환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함에 따라 제약사 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라며 "결국 각각의 자가면역질환에서 얼마나 설득력 있는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느냐 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