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만으론 부족" 글로벌 CDMO 영토 확장…삼성바이오도 잰걸음

김선아 기자
2026.09.12 09:00

론자·우시, 시장 수요 증가하는 공정 및 신규 모달리티에 선제 투자
삼성바이오, M&A로 펩타이드 시장 즉시 진입…'3대 축' 확장 가속

주요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 규모 전망/그래픽=윤선정

글로벌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의 증설 경쟁이 단순 캐파(생산능력) 확대를 넘어 고부가가치 공정과 차세대 모달리티(치료접근법)로 확산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펩타이드까지 생산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동시에 차세대 모달리티에 특화된 송도 제3바이오캠퍼스도 착공에 나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론자는 지난 10일 미국 오리건주 벤드에 새로운 대규모 상업용 분무 건조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론자는 이 곳에서 이미 중소형 분모 건조 시설을 운영하며 분무건조분산(SDD)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규 시설은 2029년 완공돼 저분자 화합물뿐 아니라 생물학적 제제 및 메신저리보핵산(mRNA) 등 다양한 치료제의 개발 및 제조를 지원할 예정이다.

SDD 기술은 일종의 약물전달기술(DDS)로, 복잡한 구조를 가진 약물의 생체이용률을 높이는 데 사용한다. 주로 저분자화합물에 적용하지만 새로운 모달리티로 확장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론자는 "현재 임상 파이프라인에 있는 상당수의 분자는 생체이용률 향상이 필요하다"며 "벤드 공장 확장은 이러한 성장하는 시장 수요, 특히 미국 시장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론자의 이번 캐파 확장은 향후 3년간 대규모 SDD 위탁생산(CMO) 수주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우시 앱텍도 올해 초 스위스 쿠베 생산시설에 대규모 상업용 분무 건조 시설을 설치했으며, 올 4분기에 가동할 예정이다. 양사는 대표적인 신규 모달리티인 항체-약물접합체(ADC) CDMO 영역에서도 경쟁적으로 캐파를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 글로벌 CDMO 기업들은 최근 의약품 개발 동향에 따라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영역에서 선제적으로 캐파를 확대 중이다. 론자, 우시 앱텍 등은 비교적 성장률이 낮은 저분자화합물 CDMO 시장에서도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 저분자화합물 CDMO는 저분자화합물과 바이오의약품의 중간 성격을 띠는 펩타이드와 고효능 원료의약품(API)으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고부가가치 CDMO 영역에선 상업용 생산시설을 확보하기 전부터 위탁개발(CDO) 서비스로 고객을 확보해 상업 물량 CMO로 연결하는 전략이 눈에 띈다.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ADC, 항체-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OC) 등 합성 접합체, 복잡한 분자 구조의 펩타이드처럼 개발 난도가 높은 물질에 대해 초기 단계부터 CDMO와 협력하는 경우가 많다.

딜로이트 그룹은 "CDMO가 단순 공급업체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며 "(CDMO 기업들은) 고마진 서비스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기업 전반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34년까지 국내외 생산시설 증설에 약 13조원을 투자해 캐파 확대에 속도를 낸다.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의 캐파를 확보했지만 경쟁 기업과 격차를 더 벌리겠단 것이다. 특히 2027년부터 2034년까지 약 7조원을 투입하는 송도 제3바이오캠퍼스는 △펩타이드 △소형 항체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 차세대 모달리티 의약품에 특화된 생산 시설로 건설한다.

비만약을 중심으로 고성장하는 펩타이드 CDMO 분야에는 스위스 폴리펩타이드 그룹 인수를 통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한다. 인수 대금만 약 2조7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바이오 업계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다. 이번 인수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시설뿐 아니라 펩타이드 제조 기술과 전문인력, CDMO 계약을 동시에 확보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초 CDO 사업에 대해서도 글로벌 리더십을 확고히 하겠단 목표를 밝힌 바 있다. 특히 현재 CMO 사업에서 주력하고 있는 단일항체 외에 다양한 복합 분자 모달리티에 대한 CDO 서비스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차세대 모달리티 생산 기지가 될 제3바이오캠퍼스 건설 계획과 CDO 사업을 통한 '조기 록인' 전략이 병행 추진되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단일항체 같은 경우 신규 진입하는 플레이어들로 인해 나중엔 결국 가격 경쟁이 심해질 수도 있다"며 "향후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신규 모달리티나 고부가가치 CDMO에서 초기 개발부터 상업 생산까지 지원할 수 있는 기술과 생산시설을 얼마나 빠르게 갖추느냐가 추가 성장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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