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현재 병용요법이 가장 효과가 좋은 치료 옵션이라고 생각해 우선적으로 설명한다. 다만 모든 환자가 병용요법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인 환자에서는 단독요법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기쁨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나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 전략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병용요법이 강력한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았지만 기저질환과 전신 상태, 이상반응 관리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세계폐암학회(WCLC 2026)에서 유한양행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를 1차 단독요법으로 투여받은 국내 EGFR 변이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실사용 데이터(RWD)를 발표했다. 유한양행이 렉라자의 1차 치료 급여 적용에 앞서 시행한 조기공급 프로그램(EAP) 참여 환자를 추적 관찰한 연구다.
이번 연구에는 기저질환자와 고령자, 활동성 뇌전이 환자 등 일반적인 임상시험에 참여하기 어려운 환자들이 포함됐다. 임상시험에서 확인된 렉라자의 치료 결과가 실제 진료현장의 다양한 환자에게도 일관되게 나타나는지를 살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교수는 "임상시험에는 일반적으로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고 전신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환자들이 참여한다"며 "실제 진료현장에서는 심장이나 신장 기능이 좋지 않은 환자, 고령 환자 등 임상시험에서 충분히 다루기 어려운 다양한 환자를 만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렉라자는 한국에서 개발된 약제인 만큼 국내 의료진이 다른 나라보다 일찍부터 실제 처방 경험을 축적할 수 있었다"며 "국내에서 먼저 축적한 렉라자 치료 경험을 우리만 알고 있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연구자들과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렉라자의 특징적인 이상반응인 손발 저림 등 감각이상이 실제 진료환경에서 증가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감각이상에 대한 우려는 의료진이 렉라자 처방 여부를 고민하는 요인 중 하나다.
이 교수는 "일반적으로 실제 진료현장에서는 임상시험보다 다양한 환자를 치료하기 때문에 이상반응으로 용량을 감량하거나 치료를 중단하는 사례가 더 많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번 연구에서는 감각이상의 발생 빈도가 임상시험보다 높아지지 않았으며, 감각이상으로 인해 렉라자 치료를 중단한 환자의 비율도 매우 낮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서는 렉라자 또는 오시머티닙 단독요법과 렉라자·아미반타맙 병용요법, 오시머티닙·항암화학요법 병용요법 등을 선택할 수 있다. 다만 환자의 연령만으로 단독요법과 병용요법을 구분해서는 안 된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단독요법을 선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환자의 연령만을 기준으로 단순하게 치료법을 구분하기보다 개별 환자의 질병 상태를 고려해 치료 방향을 결정하고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병용요법에 따라 고려할 요소도 다르다. 오시머티닙·항암화학요법은 심기능이나 백혈구 수치 등에 영향을 미치는 이상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 렉라자·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은 피부 관리가 중요해 환자가 치료와 이상반응 관리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이 교수는 "여러 요소를 고려했을 때 병용요법이 어려워 단독요법을 선택해야 하는 환자도 있다"며 "이러한 환자들에게는 이번 EAP 데이터가 렉라자 단독요법을 보다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기간 치료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치료 시작 전부터 이상반응을 설명하고 예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감각이상에 대비한 마그네슘 섭취와 손발 저림이 발생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약제, 피부 건조와 발진 예방을 위한 보습제·자외선 차단제 사용 등을 안내하고 있다.
그는 "이상반응이나 내성이 발생한 이후 설명하기보다 치료 시작 전 어떤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어떤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지 안내해야 한다"며 "장기간 안정적으로 치료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사전 설명과 예방적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세암병원은 환자별 치료 강화 전략을 확인하기 위한 CHAMELEON 2상도 진행 중이다. EGFR 변이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렉라자를 6주간 먼저 투여한 뒤 혈액에서 순환종양DNA(ctDNA)가 계속 검출되는 환자를 선별해 렉라자 단독요법 지속군과 항암화학요법 추가군의 무진행생존기간(PFS)을 비교한다.
이 교수는 "혈액에서 미세잔존암이 확인되는 환자는 상대적으로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러한 환자에게 항암화학요법을 추가했을 때 치료 결과를 개선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연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