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협회 "진료실서 흉기 피습 참담…피해 의사 국가가 지원해야"

정심교 기자
입력 2026.11.05 17:29 수정 2026.11.05 17:29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에 위치한 세브란스병원 전경. /사진=세브란스병원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진료실에서 50대 여성에게 흉기에 찔려 크게 다친 사건과 관련, 대한병원협회가 "깊은 분노와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정부는 의료현장 안전대책을 전면 재점검하고, 가해자를 엄중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5일 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는 성명서를 통해 "의료진을 지키지 못하는 사회는 국민의 생명도 지킬 수 없다"며 "어떤 이유로든 의료진에 대한 폭력이 용인되거나 감경돼서는 결코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전날(4일) 50대 여성 A씨는 이날 오후 4시35분께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B교수의 진료실에 갑자기 난입해 부엌칼을 휘둘렀다. B교수는 정신건강의학과 소속 여성 교수로, B교수는 A씨가 휘두른 부엌칼을 손으로 막는 과정에서 인대뿐만 아니라 뼈까지 손상당했으며, 머리 후두 부위가 열상을 입었다. B교수는 5㎝ 길이의 자상을 포함, 몇 군데 부상 부위의 응급수술을 받았으며, 생명엔 지장이 없는 상태로 파악됐다.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2018년 12월31일 강북삼성병원에서 양극성 장애 문제로 내원한 환자의 진료를 보다가 환자가 갖고 있던 흉기에 찔려 사망한 고(故) 임세원 교수 사망 사건이 회자된다.

병협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진료 현장에서 흉기에 피습 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깊은 분노와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환자를 치료하고 돌봐야 할 병원이 오히려 의료진이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하는 공간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은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2018년 고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희생된 이후 의료인 폭행 방지를 위한 법률과 각종 안전대책이 마련됐지만,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폭언과 폭행, 흉기 난동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병협은 "이는 법과 제도가 존재하지만 진료 현장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의료진에 대한 폭력은 해당 의료인뿐 아니라 다른 의료진과 환자, 나아가 국민 전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병협은 정부와 사법당국을 향해 "의료기관 내 흉기 반입과 폭력 행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병원 보안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고, 돌발적인 위협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안전한 진료 환경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의료인 폭행으로 상해를 입히거나 중대한 위해를 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법령에 따라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며 "어떤 이유로든 의료진에 대한 폭력이 용인되거나 감경돼서는 결코 안 된다"고 했다.

이 밖에도 병협은 △의료기관의 안전관리 책임을 개별 병원에만 전가하지 말고 국가 차원의 지원체계를 구축할 것 △의료진 폭력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고 피해 의료진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강화할 것 등도 촉구했다.

병협은 "피해 의료진의 신체적 치료는 물론 심리적 회복과 법률적 대응까지 국가와 의료기관이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진료 현장의 안전은 의료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 사법당국은 이번 사건을 진료 현장 안전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의료진에 대한 어떠한 폭력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안전한 진료 환경 조성을 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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