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 中 철강, 구조조정 딜레마…"美 러스트벨트 반면교사"

베이징(중국)=안정준 특파원
2026.08.27 15:14
중국 장쑤성 롄윈강에 쌓인 수출용 강관ⓒ로이터=News1

중국이 공급과잉과 저가 경쟁에 빠진 철강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당 중앙 기관지의 제언이 나왔다.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등에 쓰이는 고부가가치 철강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전환하는 한편 부실 철강사의 시장 퇴출과 인수합병(M&A)도 추진해야 한다는 것. 다만 이 과정에서 미국 '러스트벨트'의 쇠락을 반면교사 삼아 철강 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리게 놔둬선 안된다는 게 전제 조건으로 제시됐다.

27일 중국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에 따르면 치우스와 중국철강공업협회 공동연구팀은 최근 '철강산업 조사: 전통산업의 전환·고도화는 어떤 길로 가야 하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중국 철강산업의 현황과 구조조정 방향을 제시했다. 치우스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발행하는 최고 권위의 이론지로 게재된 글은 당 지도부의 정책 방향을 반영한다. 이번 글은 단순한 업계 주장을 넘어 지도부의 철강산업 정책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치우스는 지난 24일부터 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중국 철강산업의 발전 과정과 당면 과제, 향후 구조조정 방향을 연이어 소개했다. 보고서가 가장 먼저 지목한 문제는 공급과잉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인프라 투자 둔화로 건설용 철강 수요가 줄어드는 반면 제조업의 철강 수요는 늘고 있단게 치우스의 시각이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 전체 철강 소비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1%로 사상 처음 건설업을 넘어섰다. 치우스는 이를 두고 중국 철강산업이 건설 주도형에서 벗어나 제조업을 따라가는 구조로 신속히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급 구조조정은 아직 수요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철강업체 수가 여전히 많고 일부 중소업체가 저가 수주와 물량 확대에 매달린다는 것.

치우스는 이를 '적자가 날수록 더 생산하고 더 생산할수록 적자가 커지는 내권식 경쟁'이라고 지적했다. 철강산업이 지방경제와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일부 지방정부의 암묵적인 보호까지 더해진 가운데 시장을 통한 부실 생산능력 퇴출도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철강 생산량은 세계 최대다. 지난해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9억6100만톤으로 세계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넘어섰다. 중국은 30년 연속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이미 대규모 감산을 진행했지만 공급 부담은 여전하다.

앞으로 단순한 정부 주도형 감산보다 시장을 통한 구조조정을 강화해야 한다는게 치우스 주장이다. 설비가 노후화됐거나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는 중소 철강사를 M&A를 통해 통합하는 방식이다. 품질과 환경, 에너지 소비, 탄소배출 등을 기준으로 업체별 생산량을 차등 관리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치우스는 대신 전기차와 풍력, 원전, 로봇 등 첨단 제조업에 필요한 고부가가치 철강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부가 철강 제품과 건설용 제품의 수익성 격차도 이미 크게 벌어졌다. 중국 철강업계에서 전기강판의 매출총이익률은 7~14%에 달하지만 건설용 철근은 0.3~1.3%에 불과하다. 중국이 기존 부동산 중심의 철강 수요에서 첨단 제조업 중심으로 생산구조를 바꾸려는 배경이다.

중국산 철강의 대규모 수출을 둘러싼 통상마찰도 극복해야 할 주요 과제로 지목됐다.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중국 철강제품을 대상으로 시작된 무역구제 조사는 110건을 넘어섰다. 규제 대상도 전기강판과 고급 도금강판 등 고부가 제품으로 확대되고 있다. 수출 가격 경쟁도 심해졌다. 지난해 중국 철강 수출 평균가격은 톤당 694달러로 2020년보다 약 18% 하락했다. 치우스는 앞으로 수출 질서를 정비하는 한편 고부가 제품의 수출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만 치우스는 신흥산업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기 위해 철강산업 자체를 위축시켜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치우스는 "미국 러스트벨트가 남긴 교훈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전통산업의 탈공업화는 필연적으로 지역경제 침체와 일자리 감소, 혁신 둔화 등 연쇄적인 충격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러스트벨트는 과거 철강과 자동차, 석탄 채굴, 원자재 가공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20세기 후반 심각한 제조업 쇠퇴를 겪은 미국의 공업지대를 뜻한다.

왕궈칭 베이징 랑거철강연구센터 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구조조정의 목표는) 뒤처진 생산능력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기반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철강산업 고도화를 추진한다는 점이 중국과 미국 러스트벨트의 근본적인 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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