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캐나다 사이의 온타리오호를 '아메리카호'로 바꾸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의 캐나다산 제품 50% 관세 부과로 양국이 갈등을 겪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도 온타리오호의 명칭 변경은 없을 것이라며 맞섰다. 온타리오호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와 미국 뉴욕주 양쪽에 걸쳐 있는 북미 5대호 중 하나로 양국의 국경 역할을 한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더그 버검 미 내부장관에게 지명정보시스템(GNIS)을 즉시 수정해 온타리오호를 아메리카호로 변경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 25일 SNS(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명칭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지 이틀 만에 행정명령 서명으로 실행에 나선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이 캐나다에 어떤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캐나다는 오랫동안 무역에서 우리를 속여왔다.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이번 조치가 캐나다와의 무역협상 결렬에 대한 보복임을 시사했다. 그는 "캐나다 관리들은 우리를 아주 나쁘게 대했다. 그들을 고약한 사람들"이라며 무역 문제와 관련해 캐나다를 "세계 최악의 국가"라고 비난했다. 또 "그들은 자신들이 미국의 한 주인 것처럼 대우받기를 원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캐나다에 50%의 신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뒤 캐나다 측과 관세 인하 협상에 나섰다. 하지만 양측은 최종 합의에 실패했고, 미국은 지난 22일 200억달러(약 27조6500억원) 상당의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캐나다도 25일 276억캐나다달러(약 27조5373억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 약 700개 품목을 대상으로 9월8일부터 15~50%의 보복관세를 차등 부과하겠다고 발표해 양국 무역 갈등은 심화했다.
행정명령에 따라 미 내무부는 30일 이내에 연방정부 데이터베이스에서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 다만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캐나다 정부나 국민, 국제기구에 새로운 명칭 사용을 강제할 수 없어 캐나다는 온타리오호 명칭을 계속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니 총리는 즉각 X를 통해 "온타리오호는 앞으로도 계속 온타리오호로 불릴 것이다. 이 이름은 400년이 넘는 역사가 있다. 이는 캐나다 연방 결성과 미국 독립선언보다도 앞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반박했다. 이어 "캐나다인 역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부르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그것은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온타리오호로 부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온타리오호 명칭 변경으로 캐나다 내 반미 여론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고 위협하고 관세를 부과하자 캐나다 내에서는 미국 여행 및 미국산 제품 불매 움직임이 확산한 바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멕시코만을 미국만으로 변경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당시 멕시코만 표시를 고수하던 AP통신 소속 기자의 백악관 행사 출입이 제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