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0만원 vs 80만원…'랩다이아'에 밀린 천연 다이아, 광산도 멈춘다

이재윤 기자
2026.09.07 17:40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이 10년 새 절반 가까이 떨어지고 세계 주요 광산들이 잇따라 문을 닫거나 가동을 멈추면서 다이아몬드 산업의 위기가 광산 노동자들의 생계까지 덮치고 있다.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자료사진./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이 10년 새 50% 가까이 떨어지면서 세계 주요 광산들이 잇따라 문을 닫거나 가동을 멈춰 다이아몬드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업체 드비어스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핵심 광산 가동을 2년간 멈추기로 하면서 관련 노동자들의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다.

5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드비어스는 지난 7월 남아공 베네치아 광산의 생산을 2년 동안 중단하기로 했다. 이 광산은 당초 2040년대까지 다이아몬드를 생산할 예정이었다. 베네치아 광산 노동자들이 가입한 현지 노조는 이번 결정으로 1200개가 넘는 일자리가 위험에 처했다고 밝혔다.

다이아몬드 산업을 흔든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실험실에서 만드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의 확산이다. 천연 다이아몬드가 지하에서 만들어지는 고온·고압 환경을 인공적으로 재현해 만드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가 저렴한 가격에 대중화되면서 천연 다이아몬드가 누려왔던 최고급 보석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의 독립 다이아몬드 분석가 폴 짐니스키에 따르면 1캐럿 천연 다이아몬드의 평균 가격은 현재 3415달러(한화 약 460만원)로 10년 전보다 약 47% 떨어졌다. 같은 기간 1캐럿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가격은 89% 급락한 595달러(약 80만원)까지 내려왔다.

가격 하락에 생산업체들도 버티지 못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세계 곳곳의 대형 다이아몬드 광산 약 10곳이 생산을 중단하거나 폐쇄됐다. 전 세계 다이아몬드 생산량도 5년 전보다 약 25% 줄었다.

하지만 공급 감소에도 다이아몬드 가격은 좀처럼 반등하지 않고 있다. 이에 드비어스는 다시 천연 다이아몬드의 희소성과 상징성을 강조하는 전략에 승부를 걸고 있다. 한때 보석용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시장에도 뛰어들었던 드비어스는 지난해 천연 다이아몬드 판촉 캠페인을 시작하고 10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마케팅 예산을 투입했다. 회사는 캠페인이 효과를 내면서 올해 1분기 미국 독립 보석점의 천연 다이아몬드 판매가 전년 동기보다 9%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업황이 본격적으로 회복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드비어스 역시 비용을 줄이기 위해 남아공 베네치아 광산의 생산을 결국 2년간 멈추기로 했다. WSJ은 실업률이 40%를 웃도는 남아공에서 광산 가동 중단이 지역사회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직격탄을 맞는 곳이 짐바브웨 국경과 가까운 베네치아 광산 인근 도시 무시나다. 이 지역에서 광산을 제외하면 상업농장과 사파리 숙박시설 등이 주요 고용처다. 다국적 광산기업 수준의 임금과 복지를 제공하는 일자리는 찾기 어렵다.

베네치아 광산 다이아몬드 회수공장에서 13년간 설비를 관리하고 조작해온 티나 네마훈구니(37)도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두 자녀를 둔 네마훈구니는 광산에서 받은 월급으로 무시나에 집을 지었다. 그의 수입은 자녀뿐 아니라 남동생과 여동생, 할머니의 생활까지 떠받쳐왔다. 네마훈구니는 "이곳에는 이보다 큰 산업이 없다"며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었던 유일한 직장이다. 우리는 절박하다"고 말했다.

베네치아 광산에서 2015년부터 일한 라사파 물라우지(37)의 사정도 비슷하다. 그는 광산에서 매달 약 2150달러를 벌어 자녀와 숨진 형제의 자녀 2명, 부모와 직업을 구하지 못한 형제자매 3명까지 부양하고 있다. 현재 자신의 첫 집도 짓고 있다. 물라우지는 광산 생산 중단을 앞두고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노조는 드비어스가 광산 가동 중단을 마치 "갑작스럽고 피할 수 없는 위기"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이아몬드 업계가 처한 어려움을 회사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드비어스 자체의 재무 상황도 악화하고 있다. 모회사 앵글로아메리칸은 지난 2월 드비어스 사업가치를 절반으로 낮추면서 23억달러 규모의 손상차손을 반영했다. 드비어스 관련 손상차손은 최근 3년 동안 세 번째다. 드비어스는 지난해 약 5억달러의 조정손실도 냈다. 앵글로아메리칸은 2년 넘게 보유 중인 드비어스 지분 85%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인수자를 찾지 못한 상태다.

드비어스는 생산 중단의 영향을 받는 직원들을 지원하는 한편 농업 프로젝트 등을 뒷받침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지 노동자들은 대체 일자리를 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호소한다. 네마훈구니는 특히 드비어스의 사내 채용 사이트에서 회사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주로 산업용으로 생산하는 영국 자회사 '엘리먼트 식스'의 직원을 모집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는 "회사는 돈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사람을 새로 뽑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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