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또 100불 넘본다…글로벌 증시·물가·금리 '비상'

뉴욕=심재현 특파원
2026.09.09 11:29
/로이터=뉴스1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선을 위협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먹구름이 깔렸다. 이란을 둘러싼 중동 전쟁이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와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시설로 확대된 여파다. 국제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주요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글로벌 증시도 압박을 받는 모양새다.

8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정산가 기준으로 전장보다 0.9% 상승한 배럴당 97.92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7월23일 이후 최고가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9% 오른 93.03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상승폭은 더 컸다. 브렌트유는 한때 배럴당 99.46달러까지 치솟으며 100달러선에 바짝 다가섰다. WTI도 장중 94달러를 넘어섰다.

예멘의 친(親)이란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남부 아브하, 나즈란, 지잔 등 주요 에너지 정유시설을 공격하면서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사실상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 해상 에너지 공급망까지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유가를 밀어올렸다는 분석이다.

호르무즈 해협에서도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미군은 이날 이란의 미군 함정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이란 유조선 5척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란 이슬람 혁명수비대는 미군의 공격에 대응해 요르단 알아즈라크의 미군 기지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 차질 우려가 이미 커진 상황에서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위험해지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전반으로 불안이 확산하자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도 유가 전망치를 일제히 상향 조정하고 나섰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중동 해상운동 차질 가능성을 반영해 올해 12월 브렌트유 전망치를 기존보다 5달러 상향한 데 이어 걸프 지역의 원유 생산이 전쟁 이전보다 하루 평균 400만배럴 낮은 수준에 머물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120달러를 웃돌 수 있다고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원유 공급을 제한하는 군사적 충돌이 연말까지 계속될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95∼120달러에서 거래될 수 있고 주요 에너지 인프라가 훼손되는 광범위한 충돌로 번질 경우 최고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유 가격이 들썩이면서 각국의 물가 불안도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오는 15~16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뉴욕금융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금리선물시장에선 이달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확률을 이날 60.4%로 반영했다.

증시는 물가 우려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는 0.58%, 나스닥종합지수는 0.32%,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18% 각각 하락했다.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설 경우 '고유가→인플레이션→고금리 장기화→기업 비용·밸류에이션 부담'이라는 악순환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시장에선 오는 10일과 11일 잇따라 발표되는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금리 인상 여부를 가를 핵심 지표로 꼽는다. 네이션와이드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마크 해킷은 "CPI 수치가 예상치를 상회하면 금리 인상을 피하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현재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그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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